(캐나다=뉴스1) 김규빈 기자 = 모든 약국을 금연 상담소로 만든 나라가 있다. 약대생들에게 금연 프로그램에 대한 커리큘럼을 포함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금연을 마음먹은 사람들에게는 1년에 12주 동안 NRT(니코틴 보조제)를 약국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캐나다는 10년 내로 흡연율을 5%로 낮추겠다는 목표 아래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세계 최초로 담뱃갑에 건강에 대한 경고 내용이 담긴 그림을 의무적으로 넣었고, 지난해부터는 담배 개비마다 경고문구를 새기기도 했다.
현재도 캐나다는 금연 선진국에 속한다. 지난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흡연율은 10.3%로, 북유럽 아이슬란드 7.3%, 노르웨이 9%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평균 수치인 22.3%의 절반에 그친다.
24일 캐나다 보건국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포함한 일부 주들은 지난 2023년 6월 약사의 진료범위를 확장해 주민들이 21가지 경증 질환 치료에 대해 주치의를 거치지 않고 약사로부터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여기에는 니코틴 의존증 치료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캐나다 자국민 중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약국에서 NRT를 받을 수 있다. 약사는 흡연자에게 기저질환, 흡연 시작 시기, 담배 종류 등에 대해 질문을 하고, 충분한 상담을 통해 맞춤 처방을 하게 된다. 1년에 12주(연속 84일) 동안 받을 수 있다. 약국에서 받을 수 있는 NRT는 금연껌, 금연사탕, 니코틴패치 등이다.
복약지도 또한 개개인별로 다르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이 때문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소재 약국을 방문했을 때 상담이 길게 진행될 경우에는 수 십분간 진행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캐나다 정부는 △임신 또는 수유 중인 경우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 △니코틴 과민성 환자 △최근 병원에 입원한 경우 등에 한에서는 NRT가 최선인지에 대해서 한 번 더 검토하게 되어있다.
이를 위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BC)를 비롯한 캐나다 소재 약대에는 기본 강의로 금연 관련 커리큘럼이 포함되어 있다. 해당 과정은 천식 등 호흡기 질환과 관련된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약대생들은 흡연자 평가, (금연) 제품 유형, 추천 방법, 모니터링, 환자 동기부여 방법 등을 교육받고, 강의 4시간과 실습 2시간을 필수적으로 수강하게 된다.
차밍 초우 브리티시컬럼비아주(BC) 보건부 관계자는 뉴스1에 "BC 약사 협회는 약사들이 금연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며 "약사들을 상대로 한 교육도 모두 무료로 진행하며, 매년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약국 금연 프로그램의 효과는 어떨까.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관계자는 뉴스1에 "금연 프로그램 참가자의 37%가 금연에 성공했다"며 "금연에 성공하지 못한 참가자도 하루 평균 흡연량이 17개비에서 11개비로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사가 금연지원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도입도 서둘러야 하지만, 교육체계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니코틴 보조제는 일반의약품이라 별다른 복약지도 의무가 없다. 약사법 50조 4항에 따르면 일반의약품은 판매 시에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 2022년 3월 한국담배규제연구센터가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보건소 금연상담사 5명과 NRT 사용 경험이 있는 흡연자 24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대다수가 니코틴껌 등 니코틴 보조제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거의 없다고 답했다.
마이클 보이빈 토론토 대학 소속 약사교육 전문가는 "니코틴 보조제(NRT)는 금연 성공 가능성을 2배로 높이며, 상담과 지원이 추가되면 가능성이 3배로 높아진다"며 "흡연은 무언가를 물고 나가는 행위, 흡연을 하는 이유 등 행동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의료인의 도움이 금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담배 제품과 흡연 형태가 다양해진 현재,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국가 금연지원서비스 등 국가 금연 정책도 발맞춰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에 10년째 제자리인 것도 있는데 안 되는 사업은 접고, 새로운 사업을 검토할 때가 왔다"며 "캐나다의 금연 약국도 우리나라 금연 정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우리나라 약국도 흡연자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금연약국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
편집자주 ...담배? 끊긴 끊어야지."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말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뻔히 알지만 '난 괜찮겠지'라는 자기 확신에, 참을 수 없는 욕구에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문제는 담배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금연정책도 이런 세태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뉴스1이 국내 흡연 실태와 금연 정책을 돌아보고 흡연자를 금연의 길로 인도할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