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최전선, 뭐라도 해야" 오염수 헌법소원 '막내 해녀'

대통령 등 국가기관 상대 헌법소원 대표 청구인 김은아씨
"눈에 보이지 않아 더 공포…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 24일 제주시 노형동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 항의 집회에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막내 해녀 김은아씨(48)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2023.8.24/뉴스1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 24일 제주시 노형동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 항의 집회에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막내 해녀 김은아씨(48)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2023.8.24/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바다가 죽으면 우리도 죽습니다"

장대비가 눈앞을 가리던 24일 제주시 노형동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앞.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 직전 이 곳에서 열린 시민단체 항의 집회에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막내 해녀 김은아씨(48)도 참여해 힘을 실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흰 우비를 뒤집어쓰고 군중 속으로 들어간 김씨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피켓을 치켜들며 연신 한일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해녀는 김씨가 유일했다.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최근 어민, 상인, 일반 시민 등 약 4만명을 대표해 대통령 등을 상대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도 한 김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 뭐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본문 이미지 -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막내 해녀 김은아씨(48).2023.8.24/뉴스1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막내 해녀 김은아씨(48).2023.8.24/뉴스1

푸른 바다를 안고 있는 월정리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김씨는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지난 2017년 돌연 고향으로 돌아왔다. 건강이 안 좋아진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해녀인 어머니를 도와 한두 번씩 물질을 하다 보니 그 역시 해녀가 됐다.

그렇게 김씨는 한 해의 절반 이상을 바닷속에서 보내고 있다. 한여름 금채기가 지나면 보름 단위로 하루에 4~5시간씩 물질을 하며 소라와 성게를 채취하는 게 그의 일상이다. 평균 연령이 70대 중반인 50여 명의 선배 해녀들 사이에서도 씩씩하게 6년을 보냈다.

예년대로라면 금채기가 끝나는 다음달부터 물질을 시작해야 하지만 김씨는 이제 물질이 공포스럽다고 했다. 기후 변화로 수온이 오르고, 온갖 쓰레기로 수질도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30년간 가까운 바다에 원전 오염수까지 방류된다는 소식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던 그였다.

김씨는 "아무리 해녀라도 바닷물을 '괄락괄락'(벌컥벌컥의 제주어) 들이켜면서 물질을 하게 되기 마련인데 이제 하다하다 원전 오염수까지 맞닥뜨리게 됐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아 더 공포스러운데 생업상 어쩔 수 없이 물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애달프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심에 빠져 있던 김씨가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한 건 지난달 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였다. 김씨는 주저 없이 그 길로 청구인 참여 신청서를 냈고, 이후 민변의 제안으로 대표 청구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본문 이미지 -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과 김영희 민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대리인단 단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헌법소원 심판 청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3.8.16./뉴스1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과 김영희 민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대리인단 단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헌법소원 심판 청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3.8.16./뉴스1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청구인 명단에는 해녀와 어업인, 수산식품업자, 일반 시민 등 4만25명의 이름이 올랐다. 이뿐 아니라 남방큰돌고래 110개체, 밍크고래·큰돌고래 54개체 등 한일 앞바다를 넘나드는 고래 164개체(법적 후견자 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도 청구인에 포함됐다.

피청구인은 대통령, 국무총리, 외교부·해양수산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원자력위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으로, 이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각종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가기관들이다.

현재 청구인들은 해당 국가기관들이 헌법에서 유래한 의무라고 볼 수 있는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 외교적 조치와 독자적·독립적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일본산 수입 수산물 방사능 전수조사, 국민 참여 보장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배포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카드뉴스, 원자력위원회가 발표한 과학기술적 검토보고서와 시찰단 파견 결과 등 역시 일본 정부의 입장만 반영하거나 객관적인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김씨는 "태풍이 오면 한순간에 뒤집히는 게 바다"라며 "괴담이라고 치부되는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제주는 드넓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관련 검사 장비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바닷속에 뛰어들기에는 여전히 저는 너무 무섭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최전선 제주바다에 터전을 둔 해녀로서 뭐라도 하고 싶다. 지금보다 더한 것도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절실하다"며 "바다는 한 번 오염되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더욱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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