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뉴스1) 오미란 기자 = "아, 너무 좋다 진짜!"
11일 오전 10시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앞 잔디밭에 장애인 100여 명이 삼삼오오 모였다. 휠체어를 타거나 활동지원가의 손을 맞잡고 뭉친 이들은 간만의 나들이에 잔뜩 설렌 표정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기 바빴다.
모두 제주관광공사가 '2025 모두를 위한 제주, 열린관광 페스타(4월 7일~5월 6일)'의 일환으로 마련한 '제주 무장애 올레길 걷기 행사' 참가자들이다.
커다란 송악산 비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나들이를 시작한 이들은 형제섬이 솟아 있는 푸른 바다를 끼고 산방산과 박수기정이 어우러진 절경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속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참가자들이 걸은 길은 사계어촌체험마을까지 이어지는 3㎞ 길이의 제주올레 10코스. 계속 평평한 땅이 이어져 장애인을 비롯해 고령자, 임신부, 영유아 가족까지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이번이 첫 참가라는 김나영씨(34)는 "올레길을 좋아해서 평소에도 자주 다니는데 오늘은 특히 걷기도 편하고 같이 걷는 사람들도 많아서 더 재밌다"며 환하게 웃었다.
나영 씨의 손을 잡고 함께 걷던 김미자 제주장애인주간활동센터장도 "이렇게 좋은 날씨에 나영 씨랑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저도 너무 좋다"고 화답했다. 김 센터장은 "저희 센터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이 도민으로서 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무장애 길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휠체어를 타고 가던 송창헌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역시 "장애인의 날(4월20일)이 있는 달에, 그것도 지난해보다 긴 기간 (열린관광 페스타가) 열려 기쁘다"며 "장애인은 이런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도 실제 참여하기가 참 쉽지 않은데 앞으로도 이렇게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행사가 계속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3시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열린관광 콘서트'에도 참석한다. 무장애 여행을 주제로 한 샌드아트 영상 시청,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미술작품 전시, 시각 장애인으로 구성된 '코웨이 물빛소리 합창단'의 공연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행사다.
제주관광공사는 이날 행사 뿐 아니라 이번 열린관광 페스타 기간 총 128개 기업·기관과 협력해 △유아 동반 가족 대상 신화테마파크 체험 △시각 장애인 대상 곶자왈 사운드 워킹 체험 △관광 약자 전체 대상 색채 조향 체험 등 다양한 제주 무장애 여행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현학수 제주관광공사 본부장은 "열린관광 페스타의 대표 프로그램인 무장애 올레길 걷기와 열린 관광 콘서트는 관광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참가자들이 제주의 길 위에서, 예술 속에서 모두가 하나되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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