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생필품' 반열 오른 배달 탈출구 못찾는 요금 갈등…'동상이몽'

시민 40% 배달 적정료 '0원'…배달 라이더 "9년째 동결"
배달라이더 노동자로 인정 안돼…임금 인상시 업계 반발도 클 듯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2023-06-15 05:30 송고 | 2023-06-15 09:25 최종수정
쿠팡이츠 배달 라이더. 2022.11.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쿠팡이츠 배달 라이더. 2022.11.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 코로나 때 일 그만두고 배달일을 시작했는데 벌써 3년째다. 떼돈 버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현실은 다르다. 하루 평균 8~9시간 일하는데 많이 벌어봐야 300만원이다. 이마저도 오토바이 관리비 등 비용을 빼면 더 줄어든다. 사고라도 나면 정말 끝이다. 플랫폼 노동자라도 9년째 요금이 동결이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서울 마포구 거주 30대 배달 라이더 윤모씨)

# 배달팁이 기본 3000원에 많게는 6000원까지 붙어있어요. 가뜩이나 외식물가 올라서 한끼에 기본 8000원이 넘는데 배달팁까지 하면 생활하기 힘들어요. 요리에 취미가 있는것도 아니라 대부분 사먹긴 하는데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직접 포장주문하러 갑니다.(서울 동작구 거주 30대 손모씨)
코로나 시기 배달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배달요금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치면서 인상을 요구하는 라이더와 부담을 호소하는 소비자 사이의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소상공인과 배달 플랫폼까지 얽혀 있는 복잡한 요금 구조는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9년째 동결'이라는 라이더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상당수다. 더이상 소상공인이나 플랫폼이 소비자들의 배달료를 대신 부담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은 배달료가 인상된 것처럼 느끼고 있다.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게 벌어진 만큼 당분간 배달요금 놓고 사회적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배달의민족 배달기사인 배민 라이더들이 파업에 들어간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배달대행 업체 앞에 배달용 바이크가 주차되어 있다. 2023.5.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배달의민족 배달기사인 배민 라이더들이 파업에 들어간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배달대행 업체 앞에 배달용 바이크가 주차되어 있다. 2023.5.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0명 중 4명 "배달비 적정금액은 0원"
먼저 소비자들의 경우 성인 10명 중 4명은 적정 배달비가 '0원'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 시사 Poll 서비스 '네이트Q'가 성인 1만1140명에게 '적정 배달비'를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38%가 '0원'이라고 답했다. 이어 35%가 '1000~2000'원을, 20%가 '2000~3000'원이 적당한 배달료라고 답했다.

반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배달 기본료 인상 수준인 '3000~4000원'이 적정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389명)에 불과했다.

물가인상과 배달팁 부담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배달음식 소비를 줄이는 분위기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모씨(29·여)는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달음식을 많이 먹었지만 한달에 6만원이 나가는 걸 보고 달 전 배달앱을 지웠다"며 "300만원 남짓의 월급에서 밥값 등 생활비도 빠듯한데 배달팁이라도 아낄 생각으로 (배달앱 지우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박모씨(29)는 "올해 초 가족회의를 하면서 배달을 줄이기로 결정했다"며 "만약 부득이하게 밥을 사먹을 경우 가족끼리 간단한 내기를 해서 진 사람이 음식을 픽업해 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도 배달팁이 조금만 먼 길이어도 5000원이 나온다"며 "장거리를 오가는 택배비도 2500원 정도인데 몇킬로미터 배달만 하는데 이 가격은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라이더 "9년째 배달요금만 동결"

시민들과 달리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등 플랫폼 소속 배달 라이더들은 배달 노동에 적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물가 상승과 별개로 9년째 기본 배달료가 건당 3000원으로 동결됐다며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배민 노동자들은 지난달 5일에 이어 26일 서울 송파구 배민 본사 앞에서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9년째 동결 중인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있다. 기본 배달료는 고객이 내는 배달비와 별개로 배민이 업주에게 받는 배달비 6000원에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금액이다.

쿠팡이츠 배달 서비스 전담 라이더들도 지난 13일 사측의 일방적인 단가 인상 취소 통보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쿠팡이츠가 지사 라이더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단가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며 홍보했지만, 시행 하루 전날인 지난달 31일 갑작스레 결정을 철회해 혼란을 야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래 예정대로면 이달 1일부터 배달건당 단가는 최대 600원 인상됐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News1 DB
© News1 DB



kha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