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구하기' 정부 예산으론 역부족…결국은 '시장의 힘' 키워야

[벼랑 끝 저신용자]④ 정책금융만으로는 수요 감당 불가…법정 최고금리 올려야
'금리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 목소리…소액 대출엔 금리 상한 폐지 방안도 거론

19일 오후 서울의 한 유흥가에 불법대부업 전단지가 흩뿌려져 있다. 2022.4.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19일 오후 서울의 한 유흥가에 불법대부업 전단지가 흩뿌려져 있다. 2022.4.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한유주 기자 = 정부가 저신용자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금융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법정 최고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금융으로 풀기엔 한정된 재원 등 여러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대책 중에선 기준금리에 법정 최고금리를 연동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소액 대출에 대해선 법정 최고금리를 적용하지 않는 방법도 거론된다.

◇ 금융당국, 올해 서민금융 10조원 공급에도…"근본적 해결 위해선 법정 최고금리 조정 필요"

금융당국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정책 서민금융 공급 규모를 지난해 9조8000억원에서 2000억원 늘린 1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엔 취약 차주에 최대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을 출시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서민금융 시장이 위축된 만큼, 정책금융으로 빈틈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 탓에 정책금융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저신용자의 대출 절벽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그간 금융권과 학계에선 법정 최고금리를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부업체와 2금융권의 공급 여력을 키워 '서민금융' 시장에서 대출 수요를 감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공급자들은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시장에서 영업을 포기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저신용자들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자가 높아지더라도 저신용자 입장에선 자금을 조달할 기회를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올리더라도 기존 대부업 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이 많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개별 차주의 대출 규모가 큰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부업 이용 차주의 1인당 평균 신용대출 금액은 866만원이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 상한인 연 20%를 적용하면 차주가 부담해야 할 한달 이자는 14만4000원이다. 만약 최고금리를 이전 수준인 24%로 복원할 경우, 내야 할 이자는 단순 계산으로 2만9200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반대로 연 수천%의 금리를 물었던 불법사금융 차주는 다시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다.

◇ 시장금리에 법정 최고금리 연동…소액 대출에 최고금리 제한 푸는 방법도 거론

현재 거론되는 최고금리 인상 방안 중에선 '금리 연동형' 모델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최고금리를 연동시키는 방식이다.

지난해 KDI가 발간한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 보고서에선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에 따른 효과를 추정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말 기준 2금융권 조달금리(카드채 3년물) 2.37% 대비 금리가 2%p 오를 경우, 기존 고정형 법정 최고금리 시스템에서 배제됐던 69만2000명의 차주 중 68만2000명이 다시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 교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면 모든 금융시장의 금리가 다 같이 연동해 오를 수밖에 없으며, 대부금융 시장도 마찬가지"라며 "경제 상황, 시장 금리와 연동하게끔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소액 대출에 대해선 금리 상한 규제를 두지 않는 방안도 거론된다. 실제 미국에선 단기 고금리 대출 상품인 '페이데이론'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도는 300달러, 연 이율은 300~100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의 경우 1967년 '이자 및 할부금융여신과 소액대출에 관한 규정'이 폐지되면서 금리 자유화가 이뤄졌다. 영국은 연 288%의 최고금리를 두고 있다.

금융당국도 연초까지 금리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회의 반대로 현재는 논의를 멈췄다.

대부업계의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 그간 일부 대부업체들은 면밀한 신용평가 없이 기계적으로 법정 최고금리 상한을 적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적으로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는 등 금융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대형사의 경우 모든 차주에게 최고금리 상한을 적용하고, 부실이 난 대출에 대해선 정상 대출에서 나온 수익으로 메꾸는 방식으로 영업하기도 한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올려야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선 대부업계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에 한해 대출 중개 플랫폼에 상품 탑재를 허용했다. 마케팅 비용 절약은 물론, 타 업권과 금리 경쟁도 가능해졌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얼마 전부터 대부업 차주의 신용정보가 2금융권 등과 공유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되면 대부업체도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된다"며 "대부업체 간, 대부업체와 2금융권 간 경쟁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hyuk@news1.kr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이영섭

|

편집국장 : 채원배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