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세계 1~2위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를 둘러싼 충돌이 격화해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두 당사국은 궤멸적 결과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들이 진단했다. 부동산 위기 여파로 여전히 고전하는 중국과 휴대전화와 게임 콘솔 등의 수입을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미국에 고율의 관세는 서로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025년 이전까지만 해도 양측이 상대국에 부과한 평균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1기 무역 전쟁 이후에도 20% 미만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중국에 145%, 중국은 미국에 84% 관세를 부과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매년 약 7000억 달러(약 1014조 원) 규모의 상품을 거래하고 있어 만약 상황 완화를 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양국 경제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 규모는 언제 이렇게 커졌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성장은 2000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준비하던 중 미국이 중국에 "항구적정상무역관계" 지위를 부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중국이 다른 무역 상대국과 동등한 관세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1년 후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경제를 본격적으로 개방하기 시작하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기업들이 상당한 규모의 생산을 중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훗날 "차이나 쇼크"로 부른 일부 미국 국내 산업이 쇠퇴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대체로 두 나라는 모두 이득을 보았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미국 국내 소비재 가격 하락에 기여했고 중국 대기업의 수익이 급증했다. 중국은 일자리와 투자를 유치하여 자국 수백만 가구를 빈곤에서 구해냈다. 중국의 구매력이 향상되면서 미국 브랜드에 거대하고 수익성 있는 시장을 열어주었다. 이에 따라 2024년까지 미국과 중국 간 수출입 총액은 2001년보다 거의 9배 증가했다.
작년 미국의 대중국 수입품 3대 품목은 스마트폰, 노트북, 리튬 이온 배터리였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품 중 가장 큰 비중은 액화석유가스(LPG), 석유, 대두, 가스터빈, 반도체 제조 기계가 차지했다.
미중 양국이 관세로 싸우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데 있다. 무역 경제를 넘어,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경쟁 위협으로 인식해, 양국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상품에 대한 상호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및 군사 발전을 저해하기 위해 여러 고급 반도체와 그 제조 장비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했다. 중국은 주요 광물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145%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관세는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작년 중국 경제 성장의 약 3분의 1은 무역에서 발생했다. 미국으로의 직접 수출은 전체 수출량의 약 15%에 불과하지만, 멕시코, 베트남 등지로 보내져 결국 미국으로 향하는 상품을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욱 커진다. 우선 미국 수입업체들은 100%를 넘는 관세를 감당할 수 없어 중국의 대미 직접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 팔지 못해 상품이 남아돌아 처치곤란이 된다.
게다가 중국 경제는 (1기 때의) 1차 무역전쟁 당시보다 더 취약한 상태에 있으며,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부진한 소비 수요, 그리고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골드만삭스 그룹의 분석가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로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기존 4.5%와 2024년 5%보다 낮은 수치다.
한편, 중국 구매자들은 중국의 보복 관세로 인해 대두, 액화석유가스(LPG) 등 미국산 수입품의 가격 상승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이 수년간 교역 상대국을 다변화하고 미국산 원자재 수입을 줄이고 브라질, 러시아 등 우호적인 국가로 눈을 돌리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영향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관세는 미국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상품 가격 상승과 소비자들이 살 수 있는 품목의 수가 감소하는 것, 산업재와 기계 가격 상승이 나타난다. 이에 따라 인플레 압력이 커져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상승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중국은 미국의 대두와 면화 최대 수출 시장이었기에 미국 농민들의 어려움은 다른 분야보다도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많은 전문가가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매트'는 최근 미국과 중국 정부 관리들의 발언들을 언급하며 양국 모두 상대방이 협상을 시작해 달라고 간청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면서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으려 한다"고 진단했다.
NYT는 치킨게임 같은 두 나라의 경쟁에서 "누가 먼저 눈을 감을지, 양측이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 산하 미중 관계 센터의 아서 로스 소장인 오빌 셸은 "우리는 기념비적인 열차 붕괴에 직면해 있다"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정성껏 쌓아온 관계가 산산조각 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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