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부가가치세(VAT) 제도를 가진 국가에 대해서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는 유럽연합(EU)의 부가세를 겨냥한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부가가치세는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세금 체계"라며 "우리는 부가가치세 시스템을 사용하는 국가를 관세 부과하는 나라들과 유사하게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을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정 국가들이 제공하는 보조금에 대한 조항을 마련할 것"이라고도 했는데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유럽 전역에서 이용되는 부가세 제도를 공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13일 부가세는 관세로 간주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미국 자동차 산업이 오랫동안 타격을 받고 일자리를 잃었던 주요 이유"라고 주장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도 최근 폭스 인터뷰에서 "이것(부가세 시스템)은 대규모 불공정 관행"이라며 "대통령은 상호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으로 EU에서 생산된 신차 69만 2334대가 미국으로 수출됐는데, 금액으로는 360억 유로에 달한다. 반면, 유럽으로 간 미국 신차는 11만 6207대로, 금액으론 52억 유로에 그친다. 트럼프는 이 같은 무역 불균형은 부가세 부과 등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의해 유발되기 때문에 이를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트럼프가 저격한 부가세는 한국과 유럽 등 170개 이상의 국가가 상품의 거래나 서비스의 제공과정에서 얻어지는 부가가치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금이다.
유럽연합(EU) 내 부가세 과세표준은 16~27%이다. 룩셈부르크가 16%로 가장 낮고 헝가리가 27%로 가장 높다. 세율은 국가별로 또 특정 품목과 서비스별로 다를 수 있다. 또 식품과 관광업 등에선 인하된 세율 적용도 가능하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의 표준세율은 19%이며, 프랑스는 20%, 이탈리아는 22%, 스페인은 21%이다. 평균은 20%다.

미국에는 부가세가 없다. 대신에 판매세(sales tax)가 있다. 일반적으로 4~6%인데 알래스카와 델라웨어, 몬태나 등은 0%다. 인디애나와 미시시피, 테네시 등은 7%로 가장 높다. 평균은 6.6%다.
앞서 밀러 부비서실장은 "미국에서 유럽으로 자동차를 수출할 때 많은 비관세 장벽이 있기 때문에 30%의 세금이 붙는다"면서 "독일차 혹은 유럽차가 미국에 들어오면 2.5% 혹은 기본적으로 0% 세금이 붙는다"며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미국 생산 차량이 유럽으로 수출될 때 10%의 수입 관세 그리고 약 20%의 부가세가 붙는 반면 유럽차가 미국에 오면 수입 관세가 2.5%로 낮고, 판매세도 거의 붙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미국에서 제품을 파는 유럽 수출업체들이 자국으로부터 부가세 환급(리베이트)을 받는다는 점도, 불공정한 관행이란 인식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주장에는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단, 부가세는 유럽 국가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서비스에 적용되며, 원산지와 관계없이 적용된다. 차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수입된 미국산 자동차는 유럽산 자동차와 동일한 부가세를 부과받는다. 반면 관세는 수입품에만 적용되며, 현지 생산자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또한 판매세는 일반적으로 최종 제품이 판매될 때 한 번 징수되고, 부가세는 제품이 공급망을 거칠 때마다 추가 징수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아울러 부가세 환급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 유럽 국가들은 수출업체들에 부가세 환급을 제공하는데, 미국도 자국 수출업체들에 판매세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세금 관련 비영리단체 텍스파운데이션의 션 브레이 글로벌 프로젝트 부회장은 "현재의 시스템에서,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제품들엔 원산지와 상관없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며 "그래서 미국 기업들이 불리한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EU의의 차량 수입 관세(10% 대 2.5%)를 언급하며 "외국에서 더 높은 관세 장벽의 사례를 확실히 찾을 수 있지만, 미국과 교역국 간 전반적인 관세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다"며 "미국에서 관세 인상은 결국에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의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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