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격에 쓰인 AR-15 소총…대선앞 총기규제 핫이슈로[딥포커스]

미국민 20명중 1명 보유 최고인기…M-16 모체지만 스포츠용으로 판매돼
레이건 암살미수로 공화당 기류변화…트럼프도 최악 총기난사 이후 규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유세 현장에서 총격에 맞은 후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는 사이 지지자들에게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2024.07.1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유세 현장에서 총격에 맞은 후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는 사이 지지자들에게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2024.07.1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한 총격범은 합법적으로 구매된 AR-15 소총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종 총기 난사 사건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던 고성능 소총이 급기야 전직 대통령 암살 시도에 악용되면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사회의 해묵은 총기 규제 논쟁이 다시금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총기 규제를 반대해 온 공화당 내부에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 피츠버그 지부의 케빈 로젝 특수 요원은 총격 이튿날인 14일(현지시간) 취재진에게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20·사망)가 야외 유세를 펼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할 당시 5.56㎜ 구경의 AR-15 소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크룩스의 아버지가 합법적으로 구매했으며, 아들이 이 소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조사 중이다.

AR-15 소총은 미국의 총기 제조사 아말라이트가 1950년대 중반 처음으로 생산한 반자동 소총으로 1960년대 관련 특허권을 인수한 콜트사에 의해 사냥·스포츠 용으로 민간에 판매됐다. 무게가 2.97㎏으로 가벼운 데다 가격도 400달러(약 55만 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미국 가정에 가장 많이 팔린 소총이 됐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워싱턴포스트(WP) 의뢰로 2022년 실시한 조사에선 AR-15 약 2000만 정이 미 전역에 풀려 미국민 20명 중 1명꼴로 이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총보다 3배 빠른 속도로 탄환을 발사해 치명상을 입힐 수 있고, 개머리판 형태의 부속품인 '범프 스톡(bump stock)'을 장착하면 사실상 자동소총에 준하는 연사가 가능해져 AR-15 소총은 미국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으로 꼽혔다. AR-15 소총이 범행 도구로 사용된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2011년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야외 콘서트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61명이 숨지고 867명이 다쳤다.

2013년 12월 미국 코네티컷주 도시 뉴타운 소재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에서 총격범이 사용한 AR-15 소총을 당시 현지 경찰이 입수해 공개했다. AR 계열 소총은 미국 가정에 가장 널리 보급된 반자동 소총으로 각종 총격 사건에 자주 등장한다. 2023.12.1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2013년 12월 미국 코네티컷주 도시 뉴타운 소재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에서 총격범이 사용한 AR-15 소총을 당시 현지 경찰이 입수해 공개했다. AR 계열 소총은 미국 가정에 가장 널리 보급된 반자동 소총으로 각종 총격 사건에 자주 등장한다. 2023.12.1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AR-15가 과연 가정용 소총인지를 두고는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총기 규제론자들은 소총 살상력이 워낙 큰 만큼 전투용인 돌격 소총으로 분류해 민간인 소유·관리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전자동 발사가 불가능하다는 기술적인 이유로 여전히 사냥·스포츠용 소총으로 취급되는 실정이다. 또한 돌격 소총으로 분류되더라도 돌격 소총의 민간 판매를 금지했던 '공공안전 및 레크리에이션 총기사용 보호법(FAWB)'이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제정됐다가 전미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로 2004년 일몰 폐지돼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후 각종 총기 난사 사고에 AR-15가 등장하면서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기사용 보호법을 되살리려는 입법적인 노력이 잇따랐지만, 번번이 의회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2022년 돌격소총 금지법은 미 하원을 통과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상원에서 2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지난 1월 동일한 이름의 법안이 상원에 발의됐지만 이 역시 관련 소위원회에 머물며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그간 총기 규제에 줄곧 반대해 왔다. 그는 지난 2월 전미총기협회 행사장을 찾아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조 바이든 현 행정부에서 도입한 총기 규제를 모두 철회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수정헌법 2조를 근거로 누구든 총기를 소지할 권리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총기 구매자들의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초당적 총기규제 법안'에 서명했는데 이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찰나의 순간 고개를 돌려 목숨을 건진 만큼 공화당 내 기류가 변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1년 임기 도중 총격으로 뇌수술을 받는 일이 벌어지자 공화당에선 총기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는 인사들이 늘어났다. 그 결과 당시 총격 현장에서 중상을 입었던 제임스 브래디 백악관 대변인 주도로 '브래디법'이 탄생하기도 했다. 1993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제정된 브래디법은 총기류 판매 전 5일의 대기 기간을 두도록 했고, 이듬해 총기사용 보호법의 모체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1기 집권 시절인 2017년 라스베이거스의 야외 콘서트에서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반자동 소총에 범프 스톡을 장착할 수 없도록 주류·담배·총포담당국(ATF) 규정을 개정해 범프 스톡을 기관총으로 분류한 바 있다. 다만 이 조치는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범프 스톡 장착을 이유로 기관총으로 분류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하면서 무효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3명이 무효 판결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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