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지난달 27일 오후 시짱(티베트) 자치구 성도 라싸 공항에 도착해 밖으로 나가자마자 배 모양의 붉은색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 조형물에는 자유·평등·애국·민주·성심·공정·법치 등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포함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공항에서 라싸 시내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도 비슷했다. 높은 산 위에 '중국몽' 또는 '조국만세'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는가 하면 붉은색을 배경으로 한 표지판에 '당의 제20기 3중전회 정신을 심화 학습 관철해 사회주의 현대화의 새로운 시짱을 전면적으로 건설하자', '아름답고 행복한 시짱을 건설하고 위대한 부흥의 꿈을 함께 이루자' 등의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도로 곳곳에는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등 전현직 5명의 최고 지도자 얼굴과 함께 '시짱 평화해방 70주년 축하' 문구가 적힌 대형 조형물이 설치됐다.
주요 관광지도 마찬가지였다. 포탈라궁이 위치한 베이징로 한자락에 위치한 변압기에도 '조국을 마음속에 애국을 외치고, 당을 마음속에 두고 영원히 당과 함께 해야 한다'는 문구가 보였다.

그중에서도 라싸에서 방문한 노인 돌봄요양센터, 도자기 단지, 주방기기 공장 등 취재진이 방문한 모든 곳에도 시 주석의 사진과 공산당 선전 문구가 빠지지 않았다.
라싸에서 고속철도를 이용해 약 400㎞ 떨어진 린쯔역에 내려 밖으로 나가자 붉은 글씨로 '위대한 중국공산당 만세'라는 문구부터 눈에 들어왔다. 린쯔시 곳곳에서도 선전 문구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린쯔시 바이구 가라촌에서 만난 현지 주민의 집을 방문했을 때도 예외 없이 공산당 지도부의 사진이 방에 걸려 있었다. 그는 "당원으로서 공산당이 없었다면 이처럼 행복한 생활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는 영원히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주요 장소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공산당 선전 문구를 대거 배치한 것은 중국 지도부의 지휘 아래 티베트가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발전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한 티베트 지역이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민족의 단결과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당국은 이미 거의 중국화 또는 내지화된 이 지역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고 강조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신문판공실이 발표한 '신시대 시짱 인권사업의 발전과 진전' 백서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시종일관 시짱 업무를 중시하고 있으며 각종 실질적 조치를 통해 경제 발전, 민생 개선, 주민 복지 증진을 추구하고 민족 단결을 촉진해 시짱 인민들의 기본 권리를 충분하게 보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서는 시진핑 집권 이후인 제18차 당대회 이후 빈곤 퇴치 전략을 고수하고 산업 발전, 이주, 생태 보상, 교육 발전, 사회보장 등을 적극 시행해 지난 2019년 말까지 총 62만 8000명의 빈곤 인구가 '탈빈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속된 농촌 진흥 전략을 시행한 결과 지난해 기준 1인당 순수입이 1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 취재 기간 방문했던 라싸시 청관구 한 노인 돌봄센터에서는 이 지역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시낭송, 체조, 악기 연주 등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2023년 9월 문을 연 해당 돌봄센터 관계자는 "하루 평균 100여 명의 노인이 이곳을 찾고 있다"며 "누적 방문자는 11만 2000여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시짱 주민들을 위한 편의성도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백서에 따르면 현재 시짱 내 5G 기지국은 1만 7881개로 전체 촌단위 행정구역의 70% 수준으로 보급됐고 병원에 입원해 분만하는 임신부 비율도 지난 2012년 75.8%에서 지난 2023년 99.15%로 크게 개선됐다. 같은 기간 도로 개설 규모는 6만 5200㎞에서 지난해 말 12만 4900㎞로 연장됐으며, 전기 공급을 받는 시짱 주민도 175만 명에서 350만 명으로 증가하며 전체의 99.6%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당국은 일각서 제기되는 짱족(티베트인) 대상의 종교의 자유 박탈 및 문화 말살 정책에 대해서 반박했다.
왕하이저우 시짱 자치구 공산당 상무위원 겸 선전부 주임은 "중국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를 가진 권리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고 국가는 정상적 종교 활동을 보호한다"며 "시짱 지역에는 티베트 불교 사원뿐 아니라 모스크, 천주교 성당 등 다른 종교 시설도 있는데 이들 시설은 법에 따라 보호받고 있다"고 말했다.
왕하이저우 주임은 "현재 시짱 불교대학과 10개의 분원에는 3000여 명의 승려가 수학하고 있으며 연등제, 사가다와 의례 등 종교 활동이 매년 질서있게 진행되며 매년 라싸에 방문하는 불교 신자수도 100만 명에 달한다"며 "정부는 매년 승려와 비구니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연금 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를 이행해 이들의 수행과 생활이 잘 보장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 짱족에 대한 '채찍'은 여전히 존재하는 듯했다. 라싸에서 만난 한 20대 짱족 남성은 외국에서 온 취재진을 처음 만난 데 대해 호기심을 드러내면서 "한국은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짱족이 해외를 나가기 위해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매우 어렵다"며 "아마도 과거 해외로 나갔던 짱족들이 돌아오지 않았고, 한번 출국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jjung@news1.kr
편집자주 ...달라이 라마, 세계의 지붕, 독립운동과 억압의 역사, 중국 내 인권 논란의 핵심 등 티베트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많다. 외국 언론이 현지를 직접 취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영국 로이터통신, 미국 CNN 및 NBC, 일본 교도통신·지지통신 등 10여개 외신 및 중화권 매체를 대상으로 티베트 현지 취재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뉴스1>이 참가해 '신의 땅'으로 불리는 라싸와 린쯔를 다녀왔다. 중국 당국이 보여주는 것만 취재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한 출장이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행간'을 읽으려 노력했다. 며칠에 걸쳐 티베트 취재 내용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