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헤더 바 국장이 한국이 디지털 성범죄인 딥페이크 위기에 처해 있으며 정부의 대응이 충분히 강하지 않아 이런 사례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9일 바 국장은 HRW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해 있으며, 여성과 소녀 수백 명이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딥페이크 성적 이미지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썼다. 성적인 딥페이크 이미지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그룹엔 22만 명의 회원이 있었고 보고된 딥페이크 사례만 해도 2021년 156건에서 올해 7월 기준 297건으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바 국장은 자신이 2020년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인 한국 여성들은 물론 이 범죄로 목숨을 끊은 한 여성의 아버지도 만나 이야기 나눴다고 했다. 이 여성은 2019년에 근무하던 병원의 탈의실에서 남성 동료가 자기 몸을 은밀히 촬영한 후 올린 것을 알게 돼 자살했다.
또 바 국장은 2018년에 한국 정부가 남성의 나체 사진을 게시한 여성을 투옥했는데 같은 경우 남성이 했다면 곧 풀려나는 데 비해 여성은 엄하게 처벌하자, 여성 수만 명이 6차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국가 지도자들은 이런 범죄의 피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고 한국의 판사, 검사, 경찰, 국회의원(대부분 남성)은 이러한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은 종종 무시당하고, 재차 트라우마를 입으며, 심지어 조롱당하기도 한다"고 바 국장은 전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성교육도 학교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범죄는 극심한 성 불평등인 곳에서 발생하는데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가 31%, 여성 이사 비율도 13%"라면서 사회 전체에서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꼬집었다.
한편 바 국장의 진단을 방증하듯 최근 미국의 사이버보안 업체인 '시큐리티 히어로'가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서 한국이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7~8월 딥페이크 음란물 사이트 10곳과 유튜브·비메오·데일리모션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딥페이크 채널 85개에 올라온 영상물 9만582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딥페이크 음란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가 한국인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미국인이 20%를 차지했고 일본 10%, 영국 6%, 중국 3%, 인도 2%, 대만 2%, 이스라엘 1%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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