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연함은 美국채에서 나와…中 '최후의 병기' 쥐고 있다

국채 매도세에 이자율 치솟자 '90일 유예' 등 물러서…달러까지 하락
中보유량, 외국인 국채의 10분의1 달해…"관세 보복으로 내다팔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 있는 팜비치 국제 공항으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 미국 국채는 잠깐 문제의 순간이 있었지만 내가 그 문제를 빨리 해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5.04.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 있는 팜비치 국제 공항으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 미국 국채는 잠깐 문제의 순간이 있었지만 내가 그 문제를 빨리 해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5.04.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 그야말로 유연해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주말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20개 전자제품에 대해서도 상호관세를 면제해줬다. 향후 반도체 관세 발표시에 품목별 관세로 함께 부과한다고는 하지만 상호관세에서 빠져나오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트럼프가 극단적 관세에서 한발 물러나 유연해지는 배경에는 미국 국채에 대한 맹렬한 매도세가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에 '채권 자경단' 출현

블룸버그,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방송 등 주요 경제 매체들은 월가 채권 전략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채권 시장에 이른바 자경단이 트럼프를 결국 심판했다고 평가했다.

채권 투자자 일부가 정부의 재정 및 통화 정책이 무책임하다고 인식하고 이에 반발해 국채를 대량 매도했고, 이에 놀란 트럼프가 유연함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CNBC방송은 최근 미국 국채의 막대한 매도세에 대해 "근본적 배경은 복잡하지만 메시지는 간단하다"며 "채권 투자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불확실성이 조성됐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채권 투자자 중 일부가 이른바 '채권 자경단'이 되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했다고 CNBC방송은 설명했다.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49% 수준으로 지난 한 주 동안 50bp(0.5%p) 뛰면서 20년 만에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며 금리 급등은 가격 급락을 의미하고 그만큼 미국 국채를 많이 팔아 치웠다는 얘기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큰 영향을 끼치며 일반 미국인, 중소기업, 스타트업, 대기업 등 거의 모든 경제 주체의 차입비용 기준이 된다. 결국 트럼프 관세로 촉발된 국채금리 상승은 경제의 전 영역에서 역풍을 일으킬 위험을 키운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식시장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인식하는 이유다.

"이렇게 무모할 수가"…투자자들 '트러스 모먼트' 언급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전략과 실행 방식이 지난 2022년 44일 만에 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와 빼닮았고 이번 국채 매도는 '트러스 모먼트'가 될 수 있다고 전망까지 내놓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S롬바르드의 다리오 퍼킨스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의 역량에 대한 회의론이 널리 퍼지고 있다"며 "정치에 관한 것이 아니다. 정책적 실수도 아니다. 무모함에 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현재 트럼프 상황을) 영국의 트러스 모먼트와 비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트러스는 영국에서 두번째 '철의 여인'을 노리며 대규모 감세 정책을 통해 자유주의식 경제 부활을 약속했다. 대규모 감세와 탈규제라는 1980년대식 대처리즘을 내세웠지만 자금 대책 없는 감세는 금융시장에 극도의 불안을 야기했고 결국 트러스는 취임 44일 만에 내려와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안았다.

中, 채권 자경단 이끄나…보복성 미국 국채 매각설

이른바 채권 자경단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 공격의 집중 타깃으로 잡은 중국이 있다는 추측이 널리 퍼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가 잠시 몇 시간 동안 막대한 상호관세를 발효한 직후였던 10일 아시아 주요시간대 10년물 국채금리는 순간 4.5%를 넘겼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월 기준 761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한다.

도쿄 소재 메이지 야스다의 기타무라 겐이치로 리서치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중국이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국채를 팔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채는 수급보다는 정치적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국채에 달러까지 '셀 아메리카'…미국 정책 신뢰 상실

더 큰 문제는 누가 미국 국채를 팔아치웠든지 무관하게 미국 자산에 대한 매도세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미국 주식은 물론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달러까지 떨어진 '트리플 약세'의 의미는, 세계의 자본이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가져온 신뢰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 국채 폭락과 더불어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는 거의 2년 만에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그린우드 캐피탈의 최고 투자 책임자 월터 토드는 "미국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이고 미국 국채는 무위험 자산인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찰스 슈왑의 수석 채권 전략가인 캐시 존스는 블룸버그에 "시장이 직면한 문제는 미국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이라고 말했다. 관세 정책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레버리지 거래가 무산되고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그는 설명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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