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로 미국 산업계 전반이 요동치고 학계에서는 가계 부담이 연간 최대 2000달러(약 300만원) 늘어나 2차 세계대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대형 할인매장 체인 타깃의 최고경영자(CEO)는 당장 며칠 내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몰려온다는 경고가 더욱 크게 들린다.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주요 무역국들의 보복 대응에 따른 무역전쟁이 확산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에 대해 25% 관세, 중국에 대해 '10+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예고대로 발효했다.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보복 관세와 같은 상응 조치에 나섰다.
이로 인한 미국의 관세 부담은 1943년 11.6%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트럼프 관세의 영향을 분석한 예일대 예산연구소(TBL)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실효관세율은 7%포인트(p) 높아지는 것으로 194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물가 수준은 1.0~1.2% 상승하며 이는 2024년 가구당 평균 1600~2000달러의 비용에 맞먹는 수준이다. 2025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 낮아지고 장기적으로는 0.3~0.4%의 지속적 감소가 발생한다고 TBL은 예상했다.
문제는 관세가 역진세에 해당한다는 점이라고 TBL은 지적했다. 역진세는 과세 대상이 클수록 세율이 낮아지는 조세로 전쟁이나 악성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고소득층에 유리하지만 저소득층에 불리하다.
TBL은 관세로 인한 소득 분포 최하위 가구의 손실은 900~1100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전자제품, 의류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고 자동차, 식품도 평균 이상의 가격 상승률이 나타난다고 TBL은 추정했다.

미국 산업계 전반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대표하는 자동차혁신연합의 존 보젤라 회장은 "대부분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모델 가격이 일부는 25%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혁신연합의 회원사에는 포드,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차, 스텔란티스 등이 있다.
보젤라 회장은 "자동차 생산과 공급망을 하루 아침에 이전할 수 없다"며 "북미의 자동차 관세는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소비자들의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자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제자동차 딜러협회는 딜러들이 이미 차량 및 부품 가격 상승과 높은 금리에 직면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딜러협회는 "관세가 최종 소비자 가격에 수천 달러의 추가 비용을 직접 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CEO는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산 의존도가 높은 청과물에 대해 "며칠 내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코리 배리 CEO는 4일 실적 발표 자리에서 "납품업체들이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를 가격에 전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에 대한 판매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베스트바이의 제품 공급처 중 60%는 중국, 20%는 멕시코가 차지한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판매하는 TV의 대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영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세가 타격을 입어 베스트바이의 4일 주가는 한때 16% 폭락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성장 둔화로 이어지며 미국 경제가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물론 현재 미국 경제는 1970년대와는 다른 질서를 가지고 있지만, 트럼프의 일련의 조치와 앞으로의 불확실성이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
트럼프의 초기 조치로 인해 연방 근로자의 대량 해고와 정부 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관세로 인한 물가 압박이 심해지며 소비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위험 등이 경제의 모든 측면에 압박을 가한다.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로이터에 관세로 인한 가격 충격은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소비가 위축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억제할 경우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은행이 갑자기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을 강화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고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미국 시장 수출 의존도를 고려할 때 경기 침체가 북미 대륙을 휩쓸 수 있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우리는 여러 전선에서 여러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KPMG 분석에 따르면 약 3조 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트럼프가 모든 위협을 이행할 경우 현재 약 3%인 기준선에서 2026년 초 16%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 같은 실효 관세율은 대공황 시대인 1936년 이후로 가장 높은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는 1970년대를 대표했던 낮은 성장, 높은 실업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유독한 조합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릴 수 있다고 스웡크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