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미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기존 임시휴전 합의를 흑해 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러시아가 자국 농업 산업에 대한 제재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실제 이행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행사를 배제하며 상업용 선박을 군사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인프라에 국한됐던 휴전 범위를 흑해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미국이 지난 23~2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두 나라와 각각 실무 회담을 열고 '셔틀 외교'를 통해 견해차를 조율한 결과다.
러시아 크렘린궁 또한 성명을 내고 흑해 협정 이행을 보장하고, 상선의 군사 목적 사용 금지를 감시하기 위한 적절한 통제 계획을 세우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또한 "모든 당사국은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상선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흑해 휴전 합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
다만 러시아가 자국 농산물·비료 수출 제재 등 농업 관련 제재의 완화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며 벌써부터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
휴전 성립 여부부터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요구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지만, 함께 제재를 가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이 같은 제재 완화에 동조할 가능성이 낮다.
전쟁 발발 이후 국제사회는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과 농업 기업 등이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러시아의 농산물 수출을 사실상 제재해 왔다. 이에 러시아는 이러한 결제시스템 차단을 풀고 식량·비료 수출 기업이나 보험사 등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요구했다.
여기에 휴전 발효 시기를 놓고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입장이 엇갈린다.
러시아는 제재 완화 이후를 휴전 발효 시기로 제시한 셈이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를 의식한 듯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합의한 부분 휴전안은 즉시 발효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흑해에서의 무력 사용 배제'라는 합의 사항에 항만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이 포함되는지도 관건이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드론 등으로 흑해 해상에서 지배력을 행사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만에 대한 공격으로 이에 응수했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에는 러시아가 수세에 몰렸던 흑해 '해상'에서의 휴전은 명시된 반면, 우크라이나가 요구해온 항만에 대한 공격 중단은 명시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런 조항이 미국과의 회담 중에 언급됐고 미콜라이우와 헤르손항구의 상업용 운영 재개도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이에 관해 러시아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번 사우디 회담에 참석한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이를 의식한듯 "추가적인 실무 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휴전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크렘린궁은 합의가 있으면 휴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면서도 한쪽이 공격 중단을 위반하면 다른 한쪽이 합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앞서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휴전을 놓고도 서로 합의를 위반했다며 공격을 주고받은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할 것 같지 않다. 합의 위반이 있을 경우 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무기와 제재를 요청하겠다"며 러시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안드리 클리멘코 흑해 전략연구소장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양측이 해상 휴전을 이행할 가능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항구 인프라 공격을 멈추려 하고, 러시아는 흑해의 상업용 선박 통제권을 되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의도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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