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의 곁을 마지막까지 그림자처럼 지킨 이가 있다. 수년간 병마에 시달렸지만, 교황이 광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었을 것이다. 세상을 뜨기 전날 교황은 몇 년간 자신을 돌봐준 간호사에게 자신을 다시 광장으로 데리고 가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임종 순간에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하고는 거의 고통 없이 숨을 거뒀다.
22일(현지시간)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 간호사는 수년간 교황의 건강을 지척에서 돌봐왔다. 교황은 그가 대장 수술을 권유해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하곤 했고, 교황은 2022년 그를 교황 건강관리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스트라페티는 교황이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했던 38일 내내 교황 곁을 지켰고, 퇴원 후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회복하는 동안에도 24시간 내내 그를 돌보았다.
"광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말은 선종 전날 부활절 행사를 스트라페티가 격려했기 때문에 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전날 함께 성베드로 성당으로 와 부활절 행사의 동선을 점검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부활절에 교황은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등장해 특별 강복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를 무사히 마쳤다.
이후 교황 전용차를 타고 광장을 도는 것을 앞두고 교황은 잠시 주저하며 "내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가요?"라고 스트라페티에게 물었다. 스트라페티는 할 수 있다고 응원했고 교황은 모여있던 5만명의 신도들 사이로 깜짝 등장했다. 교황은 신도들, 특히 아이들을 껴안고 축복해줬다. 그가 퇴원 이후 교황 전용차에 탄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교황이 선종 전 마지막으로 인사한 것도 그였다. 교황은 부활절 오후에 휴식을 취하고 조용히 저녁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5시 30분께, 교황의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졌다. 약 한 시간 후, 산타 마르타의 집 2층 거처의 침대에 누워 있던 교황은 스트라페티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한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 교황청이 나중에 밝힌 그의 사인은 뇌졸중으로, 이것이 교황에게 혼수상태와 돌이킬 수 없는 심부전을 발생시켰다.
임종을 지켰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교황은 숨을 거두며 고통도 겪지 않았다. 그의 죽음은 오랫동안 아팠고 건강에 항상 신중했던 것에 비해 갑작스럽게, 대중이 걱정하지 않는 순간 일어났다. 평생 타인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다른 이에 대한 감사로 충만했던 삶에 걸맞은 마지막이었다.
바티칸 뉴스는 "교황은 부활절 다음 날 선종해, 바티칸과 전 세계에 마지막 사도적 축복을 내리고 신자들을 다시 한번 껴안으실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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