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격에 맞서 일명 '무역 바주카포'를 활용한 강경 대응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정작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는 망설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8일(현지시간) EU 지도부가 한 손에는 미국과 협상을 위한 올리브 가지를, 다른 한 손에는 EU의 핵 옵션(가장 강력한 최후의 수단)인 '반 강압 수단'(ACI)을 들고 있지만 어떤 대응이 좋을지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협상을 우선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미국에 자동차 등 서로의 공산품에 대한 '무관세'(zero-for-zero tariff)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EU는 ACI 활용 가능성을 계속 흘리며 미국에 유럽이 강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ACI를 발동하면 EU 집행위에 기술, 은행 등 미국의 서비스 산업을 타격할 권한이 부여된다.
문제는 EU 회원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을 공통적으로 우려하면서도 ACI 작동 여부에 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ACI를 배치했다가 미국과의 전면적인 무역 전쟁에 빨려 들어갈 위험 때문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강경한 입장이다. 로랑 생마르탱 프랑스 대외무역 담당 장관은 "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어떤 옵션도 배제해선 안 된다"면서 "매우 포괄적이고 극도로 공격적일 수도 있는 유럽의 도구 상자를 열어 둬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의 로베르트 하벡 경제장관은 "ACI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이는 세관 정책을 훨씬 넘어서는 조치로 범위가 넓다. 디지털 서비스 부문도 (적용 대상에) 포함하지만 (대응책에는) 디지털 세금 이외의 다양한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와 이탈리아는 조심스럽다.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무역장관은 EU가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기술기업 등 미국 서비스 부문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무역 전쟁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장관은 "그 영역에 들어서면 긴장 완화를 노력해야 하는 시기에 급격한 확전을 야기할 것"이라며 ACI 등 고강도 대응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경우 친 트럼프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EU 보복 관세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반복적으로 내비쳤다.
안토니오 티아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EU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준비 중인 25% 보복 관세의 예정일을 이달 15일에서 30일로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관세 전쟁 대응법을 둘러싼 이견이 안 그래도 취약한 EU의 응집력에 균열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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