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복지(Welfare)냐 전쟁(Warfare)이냐"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추진이 복지 삭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11일(현지시간) 증세 없이 군사비 지출을 늘린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에 프랑스의 사회복지 프로그램 예산 삭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일 대국민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동맹 행보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세금 인상 없이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한 점이다. 프랑스 야권과 노동조합들 사이에선 정부가 국방 관련 사업을 위해 사회지출을 삭감하고 긴축 조치를 밀어붙이려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프랑스 내부적으로 방위비 증액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긴 하지만 재정 지원 방안을 둘러싼 논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나 연합 없이 극심하게 분열된 탓이다.
프랑스는 국내총생산(GDP) 6.2%에 달하는 재정 적자로 이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적자 감축을 위한 정부 예산안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수개월간 극심한 혼란 끝에 통과됐다.
프랑스의 국방비 지출은 현재 GDP 대비 2.1% 수준이다. 이를 3%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게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이다.
복지 국가를 강조하는 프랑스에서 관련 예산 삭감은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 추진을 놓고도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이어진 바 있다.
극우 국민 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이 군사적 야욕을 위해 프랑스 부채를 늘릴까 봐 우려된다고 현지 매체 르 피가로에 밝혔다.
프랑스 강경 노조인 노동총연맹(CGT)의 소피 비네 사무총장은 프랑스2 TV에 "군사 지출을 위해 사회적 권리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주입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적으로도 목소리가 엇갈린다. 에릭 롬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부유층 증세를 제안하며 사회복지 지출은 삭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벤저민 하다드 유럽 담당 장관은 증세에 아예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공공 지출 낭비를 줄이기 위한 개혁이 먼저라는 의견도 나온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앞으로 며칠 안에 국방비 지출 계획에 관한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방위는 절대적 우선순위지만 다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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