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향년 88세의 나이로 21일(현지시간) 선종했다. '빈자들의 친구' '개혁의 아이콘' '첫 남미 출신 교황' 같은 수식어가 붙은 교황답게 그의 발언들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동시에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종교 지도자의 말 하나하나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나타내는 이정표가 됐다.
"내가 누구를 판단하겠는가?"
2013년 7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내 기자회견에서 동성애자 사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들이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선한 의지를 갖추고 있다면 내가 누구라고 그들을 판단하겠는가"라고 답했다. 동성애를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교황의 열린 답변은 그간 소외됐던 성소수자 신자들의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신다"
2014년 10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최종보고서에 동성애와 이혼, 재혼을 포용하는 내용이 실리지 못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같이 발언했다. 교황은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를 계속 놀라게 하시며, 우리의 마음을 여시고,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우리를 인도하신다"고 말하며 교회의 열린 태도를 촉구했다.
"'빅뱅'은 하느님의 창조적 개입과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필요로 한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과학 아카데미 회의에 참석해 우주의 기원 가설인 '빅뱅 이론'을 긍정했다. 통상 양립할 수 없는 집단으로 간주되는 과학계와 종교계의 융화를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조한 것이다.
"장벽이 아닌 다리를 지으라"
2017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관련해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교황은 "악에 악으로 대항하지 말라. 악을 선으로 극복하라"며 관용의 자세를 강조했다. 세계 지도자들에게는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증을 거둘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
2019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교황은 유족들로부터 추모의 의미를 담은 노란 리본을 받아 달았던 때를 회상했다. 교황은 "한 사람이 '중립을 지켜야 하니 떼는 것이 좋지 않냐'고 물었다"며 "나는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공산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황의 깊은 관심과 연민은 종종 보수적인 신자들로부터 공산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교황은 2024년 취임 11주년을 맞아 펴낸 회고록에서 "기독교 공동체에서는 모든 것을 다 같이 공유한다"며 "이것은 공산주의가 아닌 순수한 기독교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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