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만에 '인기 바닥'인 영국 스타머 총리, 경제에 발목 잡혔다

영국인의 75% "경제 나쁘다"…노동당 정부는 30년만의 최대 규모 증세
트럼프와 관계도 관건…"노동당, 아직 국면 전환시킬 시간 있어"

24일(현지시간) 영국 북서부의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노동당 전당대회는 지난 22일부터 열리고 있다. 2024.09.24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24일(현지시간) 영국 북서부의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노동당 전당대회는 지난 22일부터 열리고 있다. 2024.09.24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영국 노동당이 지난해 7월 영국 총선에서 집권한 이후 6개월 만에 지지율이 폭락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7월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은 압도적 승리로 1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취임 6개월 만에 지지율이 34%나 떨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는 1992년 취임 후 지지율이 51% 떨어진 존 메이저 전 총리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며, 같은 기간 나타난 리시 수낵 전 총리의 하락폭보다 크다.

노동당의 지지율도 내각 지지율과 동반 하락했다. 노동당은 총선 전에 비해 지지율이 6개월간 7.1% 떨어졌는데, 이 또한 1992년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6개월 만에 8.1% 하락한 보수당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새해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여론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스타머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16%에 불과했고, 노동당 유권자 중 40%도 내각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 하락의 주원인은 경제…이민 문제와 주요 공약 후퇴도 원인

본문 이미지 - 키어 스타머 신임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첫 각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07.0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키어 스타머 신임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첫 각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07.0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스타머 총리와 노동당 지지율이 초반부터 떨어진 계기는 지난해 7월 말 사우스포트 어린이 댄스교실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으로 어린이 3명이 사망한 사건의 용의자가 불법 무슬림 이민자라는 헛소문으로 발생한 폭동 때문이라는 분석이 크다.

스타머 총리가 강경 대응에 나서 폭력 사태는 잠잠해졌지만, 이 사건은 이민 문제가 영국 사회의 뇌관으로 부각된 계기가 됐다. 당시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이민 문제를 정부가 잘못 다룬다는 응답률은 70%로, 공공의료(66%), 조세(62%), 복지혜택(61%)보다 높았다. 영국은 미국, 독일 등 이민자 문제가 주요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라 중도좌파 성향의 정부를 공격하는 단골 소재가 된 국가 중 하나다.

현재 지지율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 꼽힌다. 영국은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노동당 정부가 기존의 복지와 세금 관련 공약에서 후퇴하면서 영국 국민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은 지난해 10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해당하는 연간 400억 파운드(약 71조 원) 규모의 증세안을 발표했다. 이는 1993년 보수당 정부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는 증세가 부유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보수당 정권의 감세 정책으로 세수가 줄어들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정부는 내국인의 연간 대학 등록금 상한선을 약 50파운드(약 9만 원) 오른 9535파운드(약 1700만 원)로 올렸다. 스타머 총리는 대학 등록금 폐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있는데 이를 뒤집고 오히려 올린 것이다.

저성장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영국인들은 자국의 경제 전망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75%는 현재 영국 경제가 '나쁘다'고 봤다. 87%는 고물가에 대해 우려했으며 71%는 2025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고 63%는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48%는 스타머 내각이 물가를 잘못 관리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미국'과의 관계도 과제

본문 이미지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현지시간) 키이우에서 '100년 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을 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2025..01.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현지시간) 키이우에서 '100년 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을 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2025..01.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스타머 총리는 대외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과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약 100명의 노동당 인사들은 미국을 방문해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활동이 '불법적'이라고 했고 다른 공화당 인사들도 크게 반발했다. 이후 머스크가 스타머 총리 축출을 모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 외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세 등의 현안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적어도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 왔으며 모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GDP의 5%를 방위비에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의 GDP 대비 방위비 지출 비율은 2.3%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16일 100년간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돕는다는 '100년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는 등 보수당 정권에 이어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영국외교정책그룹의 이비 아스핀왈 소장은 "트럼프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국 정부가 그 관계를 관리하고 건설적으로 관여하는 데 정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스타머 총리의 지지율 하락이 제1야당인 보수당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2월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에게 만족한 비율은 27%였고,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당수의 만족률은 19%로 더 낮았다. 폴리티코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지난 20일 나타난 노동당 지지율은 27%로, 총선 전보다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보수당(23%)과 영국개혁당(24%)에 비해서는 높았다.

입소스의 케이란 페들리 영국 정치 담당자는 "아직 노동당의 의석수가 많고 다음 총선은 늦으면 2029년 말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동당은 국면을 전환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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