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체포 대상' 차범근 첫 공개 발언…"내 이름이 거기 왜, 황당"

전 정보사령관이 작성 내란사태 체포 명단에 포함
"지금도 진정되지 않아, 행복한 삶 뺏길 뻔"

본문 이미지 -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일 열린 제37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2.20/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일 열린 제37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2.20/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난 축구만을 위해 살던 사람이다. 아이들의 꿈을 먹고 살아왔는데 그 행복한 삶은 뺏길 뻔했다."

20일 열린 제37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 참석한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핵심 인물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작성한 수거(체포) 대상 명단에 차 전 감독이 포함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사단법인 '팀 차붐' 이사장인 차 전 감독은 이날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제37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서 축구 꿈나무와 지도자 22명에게 상을 수여했다.

차 전 감독은 시상을 마친 뒤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이 열리는 오늘은 1년 중 가장 뜻깊은 날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욱 울컥한 마음이다. 하마터면 여러분을 못 만날 뻔했다"며 자신이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자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에둘러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축구를 사랑한다. 그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며 "축구가 아닌 다른 일이나 가치에 관해서는 관심이나 욕심이 없다. 아는 것도 많지 않다"며 정치적인 일에 엮인 것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표했다.

또 차 전 감독은 "이 작은 축구상을 주며 어린 친구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건 보람찬 일이다. 소박하게 시작한 일이 이제는 제법 멋진 행사가 됐다"며 "이렇게 시상식을 발전시킨 (막내) 차세찌 대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그동안 한 번도 칭찬한 적이 없는데, 수고했다는 말도 못 하고 헤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일 열린 제37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2.20/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일 열린 제37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2.20/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큰 층격, 아직 진정 안돼"…아들 차두리 감독 프로 데뷔전 관전도 미뤄

전남 고흥에서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있던 차 전 감독은 소중한 일상을 뺏길 뻔했다.

지난 13일 매체 보도에 따르면 차 전 감독은 내란사태를 모의·실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노상원 전 사령관이 작성한 체포 명단 500명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명단에는 주요 정치인과 연예인, 종교인, 체육인 등 이름이 적혀 있는데 차 전 감독도 있었다.

시간이 지났으나 차 전 감독은 여전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더욱 컸다고도 했다.

행사 후 취재진을 만난 차 전 감독은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50년 전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다 지나간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또 그 일이 일어났다. 믿기지 않는다. 내 이름이 그 수첩에 왜 적혀 있는지 황당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며 "잘 지내고 있는데 (50년 전 겪었던 일과 함께) 예전에 큰 충격을 받았던 감정이 다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내란사태와 관련된 재판 등) 일들이 다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라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며 "모든 일이 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차 전 감독의 큰아들인 차두리는 화성FC 초대 감독으로 선임돼 23일 성남FC와 K리그2 원정 경기를 통해 프로 무대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차두리 감독은 아버지에게 자기 프로 사령탑 첫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초대했으나 충격적인 일을 겪은 차 전 감독은 사양했다.

차 전 감독은 "아직 시동이 안 걸린다. 아들은 경기를 보러 오라고 하는데 그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들은 섭섭할 수 있는데 사태 정리가 안 돼 내 마음이 여러모로 불안하고 불편하다"며 안정이 된 뒤에 차두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경기를 관전하러 가겠다고 했다.

아이들과 축구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 차 전 감독의 꿈이다. 그는 "저는 평화, 사랑, 행복 등 이런 말들이 내 삶에 채워지는 노년을 보내고 싶다. 나를 찾는 아이들 곁에서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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