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2 화성FC를 이끄는 차두리 감독이 "열심히 하면 지도자로서는 아버지를 넘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차두리 감독은 19일 서울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개막미디어데이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프로 지휘봉을 잡은 소감과 이번 시즌 화성에서의 목표 등을 밝혔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멤버인 차두리는 은퇴 후 한국 A대표팀 코치, FC서울 U18 감독 등을 역임하며 지도자 커리어를 쌓아왔다. 이어 이번 시즌 K리그2 14번째 구단으로 입성한 화성의 사령탑으로 부임, 처음으로 프로 감독을 맡게 됐다.
지난 시즌까지 하부리그인 K3에 소속됐던 화성은 K리그2 '막내'다. 만만치 않은 K리그2에서 당장 승격이라는 목표를 내걸기가 쉽지는 않은 실정이다.
차 감독은 "아직 성적과 관련한 목표는 잡지 않았다. 앞으로도 잡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선수들에게는 경기를 치른다는 자체가 선물이고 기회다. 우선은 경기장을 찾아줄 화성 축구 팬들에게 '재밌다'는 느낌과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을 심어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차 감독은 오산고에서 유망주 선수들을 잘 지도하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지만, 프로는 또 다른 무대라는 우려도 있다.
차 감독은 "학생들에게는 꿈을 키워주는 게 중요했다. 프로는 경기장 안에서 바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 팀에는 젊은 선수들도 많고 아직 미완성인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오산고에서의 경험도) 잘 섞어서 프로와 유스의 중간 지점을 잘 찾으려 한다"며 그동안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 밝혔다.
이어 "우리 팀에는 기회가 간절한 선수들이 많은데, 감독으로서 이를 잘 활용해서 장점을 잘 끌어내겠다"고 했다.

차 감독은 인터뷰 내내 "아직 우리는 다른 팀들과는 체급 차이가 난다"며 겸손함을 표했지만, 승부욕을 발휘해야 할 때는 이를 숨기지 않았다.
선수 시절 서울에서 뛰었고 서울 유스 감독을 맡았던 그는 "우선 화성과 수원이 지리적으로 가깝다. 더해 서울 출신들은 기본적으로 파란색(수원의 유니폼)을 보면 이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가진 자원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예고했다.
차두리의 아버지는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이다. 1980년대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터뜨리는 등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차범근은 지도자로서도 국가대표팀 감독과 수원 삼성 감독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차두리는 축구인으로서 늘 아버지와 비교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감독 차범근'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다.
차 감독은 "합숙 등으로 바빠서 아버지와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아직 특별한 조언을 듣지는 못했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아버지만큼의 선수는 안 됐지만, 혹시 알아요? 감독으로는 뛰어넘을 수 있을지"라며 미소 지었다.
차두리 감독은 23일 오후 2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성남FC와의 원정 경기를 통해 프로 사령탑 데뷔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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