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는 축구협회…무능한 조직이 많은 이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5개월 간 중심 못 잡고 흔들…시스템 부재도 도마
아마추어 일처리에 팬들 분노, 국내지도자는 상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24.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24.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후임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기간만으로는 '심사숙고'처럼 보이지만 속을 살피면 '허송세월'에 가깝다.

돌고돌아 홍명보 감독을 택한 선임 과정은 '코미디'에 가까웠다. 매 순간 중심을 못 잡고 흔들렸으며 방향성은 수시로 바뀌었다. 재정 문제를 감안할 때 외국인 명장을 모셔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미션이었는데 딱 부러지게 현실을 밝히지 못했고, 없는 살림 속에서 최선의 답을 찾았어야 하는 전력강화위원회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스템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고 매사 주먹구구에 그쳤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엉망이었다. 무능한 조직, 대한축구협회의 볼썽사나운 일처리 때문에 '홍명보호'는 쏟아지는 화살을 맞으면서 출항하게 됐다.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한 뒤 차기 감독 선임에 대한 방향성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정해성 대회분과위원장이 전력강화위원회의 수장에 오른 뒤, 처음에는 국내 지도자 쪽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에 막히자 손바닥 뒤집듯 외국인 지도자 쪽으로 선회했다. 이미 기준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협회는 3·6월에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위해 임시 감독을 두 번이나 선임하면서 급한 불을 끄고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선임 작업은 진척이 없었다.

정해성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2024.2.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정해성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2024.2.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지급할 위약금 때문에 협회가 제안할 수 있는 금액은 한정돼 있었다. 또 국내 체류 근무 형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 주는 부족한 메리트 등 현실적 난관도 많아 실질적으로 한국에 올 수 있는 괜찮은 외국인 지도자는 극히 적었다.

돈은 적게 주는데 성적 부담이 크니, 명성 있는 외국인 지도자에게 한국은 그리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었다. 최종 후보를 추리기 직전 17명이 남은 후보군을 두고 전력강화위원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른바 '급'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었다. 이게 현실인데, 그 사실을 투명하게 알리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홍명보 감독이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홍명보 감독이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최종 후보와 면담을 앞둔 중대한 시점에서는 정해성 위원장이 협회 고위 관계자와 갈등을 겪은 뒤 사의를 표명해 또 논란이 됐다. 정 위원장의 침묵 속 정확한 사퇴 이유가 밝혀지진 않았으나 고위 관계자와의 마찰 때문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답 없이 시간만 자꾸 흐르자 부랴부랴 국내 감독 쪽으로 기류가 옮겨졌다.

정 위원장의 사퇴 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 권한을 넘겨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등 최종 후보자를 만나기는 했으나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결국 홍명보 감독과 손을 맞잡는 결말로 이어졌다.

새로운 감독을 찾는 출발점부터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축구협회의 일처리는 한숨이 나왔다. 선수들은 세계 정상을 지향하고 있다는데 그 뒤를 받치는 조직의 행정력은 여전히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현직 프로축구팀 감독을 빼 오는 것에 여론의 불만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결국 또 '일단 저지르고 보자'로 귀결됐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덧없는 공식입장이 나왔다.

확립된 시스템 아래 투명한 절차를 걸쳐 세계 축구의 흐름을 잘 아는 외국인 지도자 선임을 바랐던 축구팬들은 협회 등의 무능한 일 처리에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다친 사람은 팬들뿐이 아니다.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든 홍명보 감독도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난을 받고 있다. 앞서 임시 감독으로 나섰다가 생채기 투성이로 물러난 황선홍 감독 그리고 후보군에 오르내렸다가 그냥 자격 미달로 전락한 이들까지, 협회의 무능이 가뜩이나 많지 않은 국내 지도자들도 바보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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