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28년 전의 '아버지' 이종범(52·LG 트윈스 주루코치)처럼 프로야구 최고의 별이 됐다. 부자(父子) 타격왕 및 5관왕에 이어 부자 최우수선수(MVP) 등극이라는 진기록이 완성됐다.
이정후는 17일 웨스틴조선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했다.
이로써 이정후는 류현진(2006년 신인상·MVP)과 서건창(2012년 신인상·2014년 MVP)에 이어 역대 프로야구에서 신인상과 MVP를 모두 받은 3번째 선수가 됐다.
아울러 이정후는 이 코치와 함께 KBO리그 최초로 부자 MVP라는 특별한 기록을 수립했다. 앞서 이 코치는 프로 2번째 시즌인 1994년 MVP를 받은 바 있다.
부자가 MVP를 수상한 과정도 비슷하다. 이 코치와 이정후 모두 24세의 젊은 나이에 프로야구 최고 선수 자리에 올랐다.
이 코치는 건국대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문했으며, 이정후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휘문고 졸업과 함께 프로에 직행했다. 이종범은 2번째 시즌, 이정후는 6번째 시즌에 MVP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압도적 기량을 펼친 이들을 위협할 후보도 마땅히 없었다. 이 코치와 이정후는 나란히 MVP 시즌에 타격 5관왕을 달성했다.
이 코치는 1994년 124경기에 나가 타율(0.393), 안타(196개), 득점(113개), 도루(84개), 출루율(0.452) 부문 1위에 오른 바 있다. 도루 84개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한 시즌 최다도루 기록이며 역대 타율 2위와 안타 4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당시에는 득점 부문 시상을 따로 하지 않았다.

이정후도 올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9,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85득점, 5도루,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의 성적을 거뒀다. 이 중 타율, 안타, 타점, 출루율, 장타율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5관왕 기염을 토했다. 특히 아버지도 해내지 못한 2년 연속 타격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타율 0.360으로 이 부문 1위에 오른 이정후는 리그 최초로 부자 타격왕을 달성했는데 올해에는 부자 5관왕 및 MVP라는 진기록까지 세웠다.
기록 면면도 뒤지지 않는다. 누구도 깨기 어려울 것 같은 24세 이 코치의 기록에 26년 뒤 24세 이정후가 범접한 것이다. 전체 144경기 중 단 2경기만 쉬는 등 강행군을 펼친 이정후는 꾸준한 타격감을 보였고 장타력까지 상승, 데뷔 첫 20홈런(23개)도 기록했다. 이 코치가 20홈런을 처음 친 것은 26세이던 1996년(25개)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며 마침내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뗐다는 이정후는 앞으로 이종범이 걷지 못한 길로 나아갈 예정이다. 그는 2023년 키움에서 한 시즌을 더 뛴 후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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