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급보장' 문구로 청년걱정 해결?…"땜질식 해법 불과"

남인순 의원 등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법안 발의…"청년 우려 불식"
전문가들 "근본처방은 제도개혁…100년 뒤에도 줄 돈 만들면 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최근 정치권에서 국민연금 급여 지급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입법이 잇따르고 있지만, 결국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만드는 데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 의무를 법에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야권 위주로 나오고 있다. 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를 내고도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란 청년 세대의 우려를 불식시키자는 취지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대 국회 출범 약 1주일 만인 지난달 5일 법안을 발의했고, 곧이어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소병훈·이수진 민주당 의원 등도 입법 행렬에 동참했다.

법안들은 대체로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현행 '국가의 책무' 규정을 수정해 지급 보장 책임을 확실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대표적으로 남인순 의원은 국가의 책무 조항을 '연금 급여의 안정적·지속적 지급을 보장한다'로 수정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수진 의원은 아예 '국가는 연금급여 지급액을 국민연금 재정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 이를 부담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정부 역시도 지난해 10월 내놓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청년 세대 신뢰 제고를 위해 국가의 지급보장 근거를 법에 명확히 규정하기로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국가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더라도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내용 자체는 현행법으로도 규정돼 있으며, 보험료를 얼마나 걷어서 연금을 얼마나 줄지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무원연금법은 "국가나 지자체가 급여에 드는 비용을 기여금, 연금부담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 부족한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며 국가의 지급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5년 공무원연금 개정이 이뤄지면서 2020년까지 5년간 물가 상승률에 따른 연금액 상향이 중단됐다. 당시 물가 상승률이 대략 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5%의 급여가 깎인 것과 마찬가지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강력한 지급보장 문구가 있더라도 제도의 지속 가능성 우려가 있으면 수급권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5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금대로 유지될 경우 2041년 수지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 기금 소진이 예상된다.

이후에도 제도를 지속하려면 보험료율은 현재 9%에서 26.1%로 높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더라도 미래 세대의 수급권이 크게 약화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 중구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 중구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 ⓒ News1 김도우 기자

결국 기금 고갈로 인한 미래 세대의 우려를 근본적으로 불식시키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만드는 데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 위원장은 "정치권이 미봉책인 지급 보장 문구에 집착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연금 개혁 방안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정공법이고 미래 연금 지급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일본처럼 100년 뒤에도, 캐나다처럼 150년 뒤에도 지급할 돈이 있으면 지급 보장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70%는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해 사회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연금 제도가 적용되도록 제도를 바꿨다"며 "지급보장 법제화는 세계 트렌드와 정반대의 길"이라고 지적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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