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국내 사회복지계 종사자 10명 중 6명은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직장인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30일 직장갑질119이 '사회복지사의 날'을 맞아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사회복지종사자의 59.1%는 지난 1년 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으며, 이 중 66.3%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는 시설장 등 사용자가 45.8%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24.7%), 비슷한 직급 동료(14.2%) 순이었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직장 내 갑질 유형은 '모욕·명예훼손'이었다. 시설장에게 폭언을 당하고 제삼자 민원인으로부터도 괴롭힘을 당했다.
일부 종사자는 법인으로부터 종교·기부 강요 압박을 받았으며, 회식에 불참하거나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불응할 경우 따돌림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근무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하는가 하면 워크숍 등 행사 참여를 강요받았다는 사례자도 있었다.
사회복지 종사자 중 상당수는 부당한 대우에도 홀로 괴로움을 삭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이들 중 44.2%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으며, 39.5%는 "신고하지 않고 주변 사람에게 의논했다"고 답했다. 26.8%는 다니던 시설·기관을 그만뒀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절반 이상이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응답했다. 10명 중 3명은 향후 인사 등 처우에 불이익을 우려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다니던 시설·기관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한 이의 비율은 고작 4.2%에 그쳤다.
한 사회복지 종사자는 "신고하고 싶었지만 '다시는 이 사회복지업계에 발을 못 들일 것이다', '다 소문 난다', '어차피 신고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등의 협박에 결국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회복지 시설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비민주적인 리더십과 시설 운영(49.8%) △경직된 조직문화(39.4%) △낮은 처우 등 열악한 업무환경(38.8%) 등이 꼽혔다. 사회복지 종사자 10명 중 7명이 "이직할 생각이 있다"고 한 배경이다.
이런 까닭에 사회복지사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직업이 되고 있다. 종사자 10명 중 8명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사회복지 일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사회복지시설은 법인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으며 5인 미만 사업장이 많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 △예방 교육 및 실태조사 의무화 △직장 내 괴롭힘 반복 신고 사업장 특별감독 △지방정부 관할의 신고 센터 설치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지원 온라인노조 사회복지지부장은 "이번 설문 결과는 복지와 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세태에 비해 공급할 복지노동자들의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이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사회복지 전달체계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에 민간기관과 지자체, 정부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실태조사 결과'는 총 414명 사회복지사·상담직·생활복지사·장애인재활상담사 등의 응답을 토대로 작성됐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