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요양보호사들이 "정부는 해외인력 도입보다는 현직자 처우개선을 통해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20일 증언대회를 열었다.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소속 요양보호사 등 6명은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악한 근무 환경에 자격 취득자들이 일터를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현욱 전국돌봄노조 사무처장은 "현장 인력의 네 배나 되는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들이 낮은 처우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일터를 떠나거나 현장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일할 수 있는 사람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일하고 싶은 사람 수가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족한 수를 외국인 요양보호사 공급으로 채우려는 정부의 계획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미봉책이며 잘못된 진단으로부터 나온 탁상행정이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달 5일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전문연수 과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사무처장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는 3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현장에 남아 있는 이는 4분의 1 수준인 70만 명에 불과하다.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시가 운영하던 사회서비스원(서사원)에서 일하던 노우정 요양보호사는 "현장에서 요양보호사를 떠나게 만드는 것은 충격적이게도 정부와 보건복지부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앞장서서 서사원 같은 공공기관을 없애거나 축소하고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와 인지수당비를 폐지했다. 반면 노동강도는 더 세지고 인력 충원 없이 일해야 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지만 처우개선은 나 몰라라 한다"고 꼬집었다.
치매가 있는 어르신을 돌보는 양복순 방문요양보호사는 "치매 어르신을 돌보게 되면 준비하고 보고할 게 더 많은데 받는 돈은 같다면 누가 치매 어르신을 돌보고 싶겠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2022년부터 인지활동 방문요양 가산금을 폐지했다.
서울요양원에서 근무 중인 선미경 요양보호사는 "제 소원은 목욕할 때는 어르신들 목욕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7~8명의 어르신 목욕에 필요한 요양보호사는 4명이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3명이 투입돼 이동과 면회 준비까지 도맡는 실정이다.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은 현직자들의 바람만이 아니다. 장기요양 4등급 서비스를 받는 아버지의 보호자 고은숙 씨는 "요양보호사는 자식들도 하지 못할 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돌봄이 마치 기혼 여성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저임금을 줘도 되는 일로 취급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고 씨 자신도 2019년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실습 후 마음이 바뀌었다. 일이 너무 고되고 급여도 적었기 때문이다. 고 씨는 결국 다른 일을 선택했다.
그는 "힘든 돌봄노동에 맞는 적정한 임금을 제대로 주고, 필수 노동자로 대우한다면 다른 일을 찾고 있는 많은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이 돌봄 현장으로 돌아와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