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강 특수 기대하냐고요? 전혀요.
(서울=뉴스1) 신윤하 김민수 기자 = 개강 전 황금연휴를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3시 신촌 연세로 명물 거리엔 왁자지껄한 인파보다 '임대 문의'가 붙어있는 상점들이 눈에 띄었다. 연세대학교 앞에서 신촌역까지 큰 길가에만 거의 10곳이 공실인 상태다. 일부 건물은 '건물 통임대' 안내문이 붙었다.
20여 년 만에 문을 닫은 2번 출구 투썸플레이스와 롯데리아, 3번 출구 맥도날드까지, 신촌의 '터줏대감' 가게들마저 근 몇 년간 짐을 싸고 있다. 70년 가까이 3번 출구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홍익문고가 이례적일 정도다. 이날 홍익문고 옆 텅 빈 상가엔 전단과 전기세 고지서 등이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신촌·이대 지역의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수준까지 오를 정도로 심각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촌·이대 지역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9%에 달한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15.02%(2022년 2분기)까지 높아졌던 이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3년 1분기부터 6.93%로 떨어졌다. 하지만 △2023년 4분기 7.38% △2024년 1분기 8.08% △2024년 2분기 9.14% △2024년 3분기 11.5%를 기록하며 2023년 4분기부터 계속 오르고 있다.

개강을 앞둔 대학가 상권에서는 기대감보다 좌절감이 느껴졌다. 연세대 앞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연세대 졸업식 날에도 오랜만에 장사가 좀 되려나 기대했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12월엔 계엄 때문에 상권이 흔들리더니, 대학생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매출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20년 넘게 술집을 운영하는 B 씨는 "함께 장사하던 다른 가게 사장님들과 거래처들이 신촌을 떠나는 걸 보니 씁쓸할 따름"이라며 "신촌 하면 떠오르던 '만남의 장소'들이 없어지다 보니 상권이 예전처럼 매력적이지 않은 거 같아 고민이 많다. 점점 슬럼화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한때 대학생들의 개강파티, 일일호프, 주점, 동아리 오리엔테이션 등의 성지였던 신촌의 몰락에 시민들도 씁쓸함을 내비쳤다.
서강대 15학번 졸업생인 박 모 씨(29)는 "졸업하고 오랜만에 신촌에서 친구들을 보기로 한 건데, 예전의 신촌과는 너무 다르다. 확실히 빈 상가들도 너무 많고 휑하다"며 "여기서 선후배들이랑 한창 유행하던 찜닭집에서 점심 약속도 하고 일일 호프도 열었었는데, 지금이 개강을 앞둔 시기라 치기엔 너무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신촌·이대 등 전통 상권이던 대학가가 활력을 잃은 것은 젊은 층 수요가 성수동 연무장길과 용산역 용리단길 등 신흥 상권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MZ세대 대표 상권인 뚝섬(3.35%p↑), 용산(2.55%p↑)의 임대료는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상승세지만 신촌·이대(0.22%p↓), 숙명여대(0.08%p↓), 건대(0.02%p↓) 등의 임대료는 약세를 보인다.
화장품·의류가 주요 업종을 이루고 있는 대학가 상권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단 점도 문제로 꼽힌다. 코로나 19 이후 화장품이나 의류의 경우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방향으로 소비 문화가 변했기 때문이다. 새롭게 떠오른 신종 상권들의 경우엔 팝업스토어 등 '즐길거리'가 많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가 등 전통적인 상권이 있었다면 최근엔 상권이 계속 바뀌는 추세라,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이 빨리 일어난다"며 "상권이 좀 뜬다 싶으면 새로운 매장들이 계속 과열돼서 새로운 매장들이 밀려들어오고, 임대료가 오르면 팝업스토어 등이 생기면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권이 과열된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