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혜연 장시온 기자 =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대한 반발로 발생한 서부지법 사태 가담자 측이 "경찰이 길을 터줬다"며 사건 책임을 경찰에 떠넘겼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 피의자들의 변호인단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시민들과 청년들이 법원 건물 셔터문을 열려고 해도 경찰들이 길을 터주지 않았더라면 건물 진입 자체가 어려웠을 것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출입문 앞에서 경찰들이 황급히 철수한 점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사태 발생 9시간 전부터 112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었다는 언론 보도를 들어 "마땅히 영장 발부 이후 벌어질 사태에 대해 최소한의 대책을 강구했어야 할 직무가 있음이 명백하다"며 "그에 대한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경비 병력을 줄였다는 것은 직무유기 죄책에 해당할 소지가 상당하다"고 했다.
심지어 서부지법 사태를 이태원 참사에 빗대 경찰 책임을 더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 체포 작전에 다수 경찰 기동대원 동원을 지시하기도 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법체포 논란을 일으킨 자"라며 "지난 이태원 사태에서 책임을 진 경찰관들과 같이 형사 처벌 및 중징계 책임이 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의 오판과 실책을 온전히 서부 사태 시민들과 청년들에게만 지운다는 것이 타당하느냐"며 이 대행을 향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법원 등에 대해 사죄하는 심정으로 즉각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새벽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흥분한 시위대는 비교적 경비가 허술했던 서부지법 후문 담장을 넘어 창문 등을 깨고 서부지법에 난입했다. 이 대행에 따르면 당시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경찰관만 55명이다.
앞서 여당 국민의힘도 서부지법 사태와 관련해 경찰 지휘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배준영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경찰관들이 다친 것에는 (지휘부) 지휘 책임이 있다"며 이 대행을 질책했다.
이 대행은 "다친 직원에게는 미안하지만 원인은 폭도에 의한 것"이라며 "경찰 기동대가 5000명인데 12월 3일부터 밤샘 근무를 계속하면서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고 가용 경력의 한계를 짚었다.
경찰이 길을 터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이 대행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과격한 폭력을 일으킨 사람이 잘못이지 경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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