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리쉬 피해자, 반려견 못 지킨 책임 없어"…판결 뒤집힌 이유는

항소심, ‘피해자 과실 20% 관행‘ 뒤집어

지난 2021년 9월 반려견과 산책하던 A씨 가족은 목줄 풀린 개에게 물려 반려견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지난 2021년 9월 반려견과 산책하던 A씨 가족은 목줄 풀린 개에게 물려 반려견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A씨는 매일 1시간 이상을 반려견 '견우'와 함께 산책했다. 태풍이 오거나 폭설이 내리는 날에도 아파트 현관에 나가서 견우를 품에 안고 바람을 쐬어 줄 정도로 많은 사랑을 줬다.

A씨 가족에게 견우는 막내아들이자, 형제자매였다. 외식할 때도, 여행 갈 때도 견우와 동반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갔다. 사회성을 위해 애견유치원에 보내는 등 견우는 함께 거주하는 동물 그 이상이었다. 특히 외동으로 유년 시절을 외롭게 보낸 A씨로서는 동생이었고,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

행복한 시간은 안타까운 사고로 끝이 났다. 방송에서만 접하던 끔찍한 오프리쉬(목줄 미착용) 물림 사고의 피해자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난 2021년 9월, A씨 가족은 견우에게 하네스(가슴줄)를 착용하고 자주 다니던 잔디밭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때 견우는 가해견주 B씨가 풀어놓은 개에게 물려 척추가 골절되고 갈비뼈가 부러져 끝내 목숨을 잃었다. 견우와의 추억을 남기던 A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견우의 유골구슬 사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오지 못하게 됐다.

A씨 가족은 사건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B씨로부터 사과받지 못했다. B씨가 받은 처벌은 벌금 50만 원에 처하는 약식명령에 불과했다. 심지어 B씨는 견우를 데리고 나왔던 A씨 가족에게 잘못을 떠넘기고, B씨의 다른 반려견이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점을 이용한 보험사기까지 시도하는 등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 2022년 A씨 가족은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가족 모두 견우를 잃은 상실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던 상태에서 원심판결은 더욱 충격을 줬다.

지난 2023년 7월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A씨 가족에게도 반려견을 위험 요소로부터 적절히 보호하거나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즉 피해자과실 20%를 인정한 것이다.

A씨 가족은 바로 항소했다. 소송대리인 박영헌 법률사무소 단비 변호사는 "피고도 이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으나 본인 소유 가해견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장소에서 아무런 법률상 주의의무 위반 없이 걷고 있던 사람이 육중한 체구의 개가 갑자기 나타나 공격할 때 적절히 방어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판단"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무엇보다 A씨 가족이 간절히 바란 것은 피해보상금보다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는 그 억울함을 푸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사건 발생 약 3년 만인 지난 11일, 피해자 과실을 인정한 원심을 뒤집은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재판부는 "원고에게도 반려견을 위험요소로부터 적절히 보호하거나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피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영헌 변호사는 "그간 목줄 착용 등 보호자가 법률상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음에도 오프리쉬로 인한 반려견 피해 사건 발생 시 피해자과실이 20% 이상 인정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졌다"며 "이번 판결은 항소심 판결이기에 다른 피해자들이 참고할 만한 선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3년 4월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오프리쉬로 사람이 다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며 "법적인 의무를 떠나 공공장소에서 주위에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오프리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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