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군인을 사칭한 남자 때문에 금전적 피해를 입은 김치 업체 사장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27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전라남도 여수에서 혼자서 딸 셋을 키우면서 김치 가게를 운영하는 A 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 씨에 따르면 지난 12일 본인을 군인이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군부대 납품용 김치를 주문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남성은 8일 뒤인 지난 20일 배추김치 1000㎏을 주문했다. 금액은 1400만 원에 달했다.
직원도 없이 혼자서 김치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군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하고 거절했으나, 승진이 달린 중요한 일이라고 부탁해 결국 주문을 받았다.
당시 남성은 "여기가 맛있다고 소개받았다면서 거래하던 공장이 문을 닫아서 급하게 민간 업체에 주문하는 거다. 꼭 주문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또 "이번에는 김치 납품을 못 시키면 승진에서 누락된다면서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군인들이 먹을 김치니까 최상급의 배추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통화 녹취에 따르면 A 씨가 "지금 아이스박스에다가 포장을 20㎏씩 하면 되냐"고 묻자 남성은 "아이스박스까지 하면 번거로우니까 김장김치 비닐 있지 않나. 거기다 그냥 이중 포장하셔서 몇 ㎏인지 써주시면 된다"라고 했다.

이에 A 씨는 "신경 써주시니까 감사하다. 오시면 제가 가끔이라도 따로 준비해 놓겠다. 아침에 전화 한 번 또 달라"고 했다. 그러자 남성은 "식사 꼭 챙기시고요. 요즘 감기 유행이라는데 감기 항상 조심하십시오"라고 말했다.
당시 A 씨는 부대를 물었지만 경상도에 있는 어떤 부대라고만 답했다. 남성은 "군부대 사칭해서 사기 친다고 요즘 얘기가 많더라. 일반 부대는 거진 구글이나 그런 식으로 검색하면 거의 안 나온다. 북한에서 드론 띄워서 부대 정찰한다고 옛날에 그런 얘기 있었잖아요?"라면서 "제가 확약서를 넣어서 드리겠다. 결제받은 거"라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 핑계를 대고 안심시키는 척 공무원증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사진 절대 어디 노출하시면 안 된다. 몇 번씩 확인해 보세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부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검색되지 않았다. A 씨는 불안감에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남성은 "원래 납품하던 신약 업체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우리 대신 구매해 주면 고맙겠다. 대금은 구매하시면 드리겠다"며 부탁했다.
사기라는 걸 눈치챈 A 씨는 남성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면서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남성은 눈치를 챈 듯 연락 두절이 됐다.
결국 A 씨는 주문받은 김치 절반을 반값에 판매하고 남은 건 기부했다. A 씨는 "지금도 모르는 번호가 오면 사기당하는 거 아닐까 걱정된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일부는 팔거나 기부했고, 상대가 수익이나 이익을 얻거나 피해를 본 게 없기 때문에 사기죄는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라며 속상해했다.
누리꾼들은 "금전적 피해가 왜 없나. 사장은 안 만들어도 되는 김치를 만들어 재료값, 인건비가 나갔는데", "도대체 저렇게 사기를 쳐서 자기한테 이득되는 게 뭔가. 왜 저런 사기를 치나", "선금을 왜 안 받는 거냐. 재료값이라도 먼저 받아야지", "사기공화국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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