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지난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일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정황이 담긴 내용이 발견됐다.
31일 YTN은 오요안나의 자필 일기를 공개했다. 지난해 7월 16일 작성된 일기에서 오요안나는 "억까(억지로 까 내리는 것) 미쳤다"며 "말투가 너무 폭력적"이라고 썼다. 이어 "10시 45분 특보까지 마쳤다. 그 와중에 억까"라고 반복하며 "진짜 열 받음"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내용이 가리키는 인물 A 씨는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상캐스터로 알려졌다.
고인의 유족은 함께 일했던 직원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YTN에 "A 씨를 상대로 지난달 23일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히며 "가해자는 4명이다. 최소한의 방법으로 1명에게 책임을 묻고 사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라고 전했다.
유족은 논란이 되고 있는 'MBC 기상캐스터 4인 단톡방'이 지난 2022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쯤 생겼다고 했다. 해당 단톡방은 고인과 고인의 동기인 기상캐스터를 제외한 나머지 기상캐스터들의 방이다.
유족은 4인 단톡방이 생긴 이후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고인이) 수많은 구조 요청을 주변에 해왔는데,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죽음을 결심하고 데이터(카톡, 녹음기록 등)를 (핸드폰에) 저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MBC는 사건과 관련해 지난 28일 고인이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에게 고충을 알린 사실이 없다며 유족이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입을 밝혔으나, 이에 대해 유족은 "MBC는 어떻게 자기 직원이 사망한 일을 모를 수가 있나? (직원 사망을 알리는) 부고도 없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신고는 원치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실이다"라며 "가해자들이 사과하고, MBC도 스스로 조사해서 진심 어린 사과방송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인을 괴롭힌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들은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그대로 MBC 기상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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