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력 난무하는 시위 현장에 어린이 동반…전문가들 "정서적 학대"

"아이들 시위 현장서 앞세우면 되레 집시법 양형기준에 불리"

본문 이미지 - 18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 미신고 집회에 한 여성이 아동 4명과 함께 참여했다.2025.01.18/뉴스1 ⓒ News1 김민재 기자
18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 미신고 집회에 한 여성이 아동 4명과 함께 참여했다.2025.01.18/뉴스1 ⓒ News1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아동이 참여하는 '가족 시위'를 독려하는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아동을 앞세울 경우 더 큰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 헌법재판소와 서부지방법원 등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 시위 현장에선 어린이를 데리고 참여하는 '부모 시위자'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고 있다.

지난 18일 뉴스1이 찾은 서부지법 앞 미신고 집회에서도 '가족 시위'를 벌인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한 중년 여성은 아동 4명과 함께 참가했는데, 미취학아동으로 추정되는 아이들 3명은 바닥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1명은 포대기에 싸여 여성의 등에 업혀 있었다.

당일 시위에서는 '오동운 XXX' 등 폭언과 욕설이 쏟아졌다. 같은 현장에서 다음 날 새벽까지 마포대로를 지키던 시위대 일부는 법원 건물에 침입해 난동을 일으켰다.

지난 12월부터 한남동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도 진영과 관계없이 가족 단위 참가자가 발견됐다. 특히 양측 진영을 향한 비난과 고성으로 가득했던 대통령 관저 앞 시위 현장에서는 미취학아동의 손에 '윤석열 OUT' 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습니다'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일부 시위 현장에선 초등학생들을 발언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중장년층은 10대 연설자를 향해 "멋지다!"라고 소리쳤다. 지난달 13일 부산 진구에서 '탄핵 연설'을 한 초등학생의 영상이 퍼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어른보다 낫다, 훌륭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 11일 대통령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피켓을 든 초등학생을 향해서는 '애국 어린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문제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의 대응을 어렵게 하기 위해 아동들을 데리고 시위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탄핵 반대 커뮤니티에서는 '경찰의 진압 강도가 낮아지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족 시위'를 언급하며 어린이가 참여하면 경찰의 강경 대응이 어렵다는 식의 의견이 게재됐다.

실제 경찰 관계자는 가족 단위 시위와 관련해 "신고되지 않은 집회나 신고된 범위를 벗어난 집회의 경우 가족 단위 참가자가 있으면 안전에 특히 유의해 절차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가 참여한 경우 경찰 입장에선 해산 등 절차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지난 2008년 광우병 논란과 관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당시 등장한 '유모차 부대'를 두고도 경찰 진압을 막기 위해 어린이를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본문 이미지 - 한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 참가한 어린이가 손에 성조기를 들고 있다.(커뮤니티 갈무리)
한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 참가한 어린이가 손에 성조기를 들고 있다.(커뮤니티 갈무리)

"폭언·폭력 난무하는 현장, 목격 자체로 정서학대"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성과 폭력, 욕설이 난무하는 현장에서는 '어린이의 시위 참여'가 위험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아동복지 분야 교수는 "시위 참여가 시민교육 차원에서 의미 있는 경우도 있지만 폭언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 현장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시위 현장은 욕설과 고성이 오가 성인이 들어도 참기 힘든 환경인데, 알면서도 (어린이를) 데려왔으면 아동복지법 위반 중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커뮤니티의 주장과 달리 경찰의 강경 진압을 막기 위해 어린이를 앞세울 경우 오히려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양 변호사는 "불법집회에서 어린이를 앞세우면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양형기준에 굉장히 불리한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thisriver@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