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순직 1년…해병대에 도착한 어머니의 편지[기자의눈]

'수사 외압'부터 '구명로비'까지…불어난 의혹에 휩쓸린 '진실'

지난해 수해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해병대원의 순직 1주기인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된 ‘故채상병 1주기 추모 시민 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4.7.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지난해 수해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해병대원의 순직 1주기인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된 ‘故채상병 1주기 추모 시민 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4.7.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된 지 1주기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수사에 진전이 없고 엄마의 입장에서 염려가 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구명조끼도 없이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원의 어머니가 해병대에 보낸 편지 중 일부다. 순직 1주기를 앞두고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 석 자가 더 이상 언론과 정치권에서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탁도 함께 했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정쟁과 언론보도에 아들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느꼈을 단장지애(斷腸之哀)는 감히 상상조차 안 된다. 아들 죽음의 진실을 마주할 것이란 어머니의 기대는 끝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심히 흘러간 지난 1년 동안 죽음의 진실은 의혹에 의혹이 더해지면서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순직 사건의 초동수사를 지휘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 혐의자 축소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등에게 전화한 사실과 대통령실·국방부 관계자들의 얽히고설킨 통화기록이 드러나면서 박 대령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무엇을 위해 대통령실이 숨 가쁘게 움직였을까'라는 의문이 이어지자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이 등장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에게)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고 말한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또 이 전 대표와 연결된 전 대통령 경호처 직원 송 모 씨가 임 전 사단장의 사의를 막았다고 말한 통화 녹음도 공개돼 의혹이 더 확산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런 의혹들을 신속히 수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의 4분의 1도 안 되는 고질적인 인력난을 안고 대통령부터 사업가에 이르는 방대한 수사 대상을 꼼꼼히 빠르게 살피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1월 국방부를 압수수색하고 4~5월 주요 피의자를 소환 조사한 이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외압 의혹의 정점으로 의심받는 대통령이 그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황도 수사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많은 국민이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위해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검 찬성 여론, 공수처를 향한 정치권의 신속 수사 촉구, 아들 이름 석 자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 달라는 어머니 부탁은 모두 한곳을 지향한다. 신속한 진상규명이다.

순직 해병의 어머니가 내년 7월에도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안고 편지를 쓰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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