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영국의 4인조 남성 밴드 콜드플레이가 한국 공연에서 온실가스를 최소 165톤 줄였다. 일회용품을 최대한 배제한 친환경 공연 운영과 환경 복원에 대한 재투자로 K-POP 강국에 '기후 순환형 공연' 모델을 선보였다. '책임 있는 소비'를 각인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지속가능한 엔터테인먼트' 모델을 제시했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콜드플레이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6회 공연을 하며 회당 5만 명, 누적 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해외 가수 단일 내한 공연으로는 회차와 규모 모두 국내 최대 기록이다.
22일 열린 4회 공연 현장에선 입장 전부터 환경을 의식한 운영이 두드러졌다. 관객들은 짐 검사 과정에서 일회용 생수병 반입이 제한됐고, 일부 압수된 병은 종이팩 생수 옆에 대비됐다. 공연장에는 텀블러나 다회용 병을 채울 수 있는 워터스테이션이 설치됐다.
단순 계산으로만 이 조치로 약 165톤의 온실가스가 줄어든다. 플라스틱 생수병 1개당 탄소 배출량은 약 250g, 스틱형 응원봉은 1개당 약 300g이 발생하는데, 관객 30만 명이 각각 1개씩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각각 75톤, 90톤 규모다. 합산하면 약 165톤에 이른다.
봄철 영남권 '괴물 산불'에 불탄 축구장 15개 면적의 숲에서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단일 공연장이 아닌, 공연 운영 방식을 바꿈으로써 만들어낸 효과다.

응원봉도 제공되지 않았다. 대신 LED 손목 밴드 '자이로밴드'가 배부됐고, 도시별 회수율을 공개해 관객 참여를 유도했다. 이 손목 밴드는 식물성 생분해 소재로 만들어졌고, 회수 후에는 퇴비화가 가능하다.
공연장 내에는 관객의 움직임이 전기 생산으로 이어지는 장치도 마련됐다. 대표적인 예가 '키네틱 플로어'와 '파워 바이크'다. 키네틱 플로어는 무대 앞 바닥에 설치된 타일로, 관객이 뛸 때 발생하는 진동을 감지해 전기를 만든다. 한 타일당 최대 40W, 전체 바닥 기준 최대 880W의 전력을 실시간으로 생산할 수 있다. 파워 바이크는 페달을 밟는 운동으로 평균 120W의 전력을 만들어낸다. 이 장치들로 공연마다 15kWh가량의 전력이 생산돼 일부 조명이나 충전 설비 등에 사용됐다.
현장에서 키네틱 플로어를 체험한 20대 남수진 씨는 "내가 뛴 에너지가 무대에 닿는다는 생각에 공연이 더 몰입됐다"며 "환경과 연결됐다는 기분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파워 바이크를 이용한 30대 유준석 씨는 "운동도 되고, 탄소도 줄인다는 설명에 자연스레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워터스테이션에서 텀블러를 채운 20대 이연 씨는 "환경 캠페인을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어서 (콜드플레이가)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공연 운영에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과 재생 가능 연료로 충당됐다. 무대 조명과 음향 시스템은 재활용 배터리 장치를 통해 가동됐고, 일부 장비 수송에는 바이오 연료가 사용됐다. 전체 무대 운영에서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려는 구조가 적용된 셈이다.

티켓 수익의 일부는 기후 대응 활동에 재투자되고 있다. 콜드플레이는 짐바브웨의 비영리 환경단체 '마이 트리 트러스트'(My Trees Trust)를 통해 재야생화(자연 복원)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숲과 생태계를 복원해 생물다양성을 회복시키는 활동이다.
해양 생태계 보호 기술을 개발 중인 영국 환경기술 기업들도 후원 대상이다. 미세플라스틱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클리너 씨 그룹'(Cleaner Seas Group), 해양기반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을 실증 중인 '씨필드 솔루션즈'(Seafields Solutions Limited)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슬란드의 글로벌 직접공기포집 기술(DAC) 기업 '클라임웍스'(climeworks)도 콜드플레이의 주요 파트너 중 하나다. 환경운동·시민단체 등 감시기관 지원도 도맡았다.
관객의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줄이기 위해 이동 시스템도 별도로 준비했다. 이들이 공개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공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절반 이상이 관객 교통수단에서 비롯된다.
한국 공연에선 귀가 시간 이후 지하철 이용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카카오T와 협력해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수원·안양·잠실 등 주요 거점으로 향하는 셔틀은 공연장 앞에서 탑승할 수 있었고, 사전 예약을 통해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실제 계산에 따르면 수원을 기준으로 택시 1인을 이용할 경우 약 4760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680g으로 줄어든다. 안양은 3220g에서 460g, 잠실은 3500g에서 500g으로 각각 줄어든다. 승객 1인당 2700~4000g, 셔틀버스 1대당 최대 160㎏까지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콜드플레이는 2019년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면 순회공연을 하지 않겠다"며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후 2021년부터 새롭게 시작된 이 순회공연은 그 선언을 실천하는 형태로 기획됐다. MIT, 호프솔루션, 워너뮤직이 함께 작성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콜드플레이는 기존 공연 대비 탄소배출량을 47% 줄였고, 지금까지 약 5000톤의 온실가스를 줄인 것으로 추산됐다. 사랑에 아파하는 이를 위한 노래 'Fix You'를 부르던 밴드는 이제 'Fix Earth'를 실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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