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난 주말에는 때아닌 폭설과 우박, 강풍이 전국 곳곳을 때렸다. 북극발 절리저기압이 들이닥친 탓인데, 초겨울을 떠올리는 쌀쌀한 날씨는 수요일인 16일 아침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강설은 북서쪽에서 남하한 찬 공기와 남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충돌하며 만들어졌다. 찬 공기를 동반한 절리저기압이 유입되면서 대기 상층은 -30도 이하, 지상은 영상권에 가까운 기온 차로 인해 상하층 온도 차가 40~50도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대기가 극도로 불안정해졌고, 눈과 비가 내릴 때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기상 현상이 나타났다.
뜨거운 물 위에 얼음물을 부으면 김이 솟듯이, 위쪽은 차갑고 아래쪽은 따뜻할 때 공기가 급격히 요동치며 비나 눈, 심지어 우박까지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구름도 갑자기 커지면서 번개와 돌풍을 동반할 수 있다.
절리저기압은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크게 요동칠 때,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깊게 내려오면서 형성된다. 이때 상공의 빠른 바람 일부가 떨어져 나와 소용돌이를 만들면 절리저기압이 된다. 그래서 '분리저기압'이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절리저기압이 생기기 전에는 '블로킹' 현상이 선행됐다. 이는 고기압과 저기압이 중위도 대기 상층에서 한자리에 오래 머무르며 동서로 흐르는 바람이 약해지고, 남북으로 흐르는 공기 흐름이 강해지는 현상이다.
절리저기압과 블로킹은 특정 계절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대기 흐름의 일부다. 하지만 최근엔 기후변화로 북극과 중위도 간 기온 차가 줄면서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약해져, 이런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눈은 강원 산지와 경기 북부, 제주 산간을 중심으로 쌓였다. 강원 화천 상서에서 10.7㎝, 철원 마현 9.2㎝, 양구 방산 4.4㎝, 홍천 서석 3.8㎝가 관측됐다. 경기 파주 적성은 1.6㎝, 가평 북면 1.3㎝, 포천 창수 1.0㎝, 연천 신서 0.9㎝, 서울 성북구 0.5㎝가 쌓였다. 전남 구례 성삼재 0.8㎝, 전북 장수 번암 0.5㎝, 경남 합천 가야산 3.7㎝, 함양 백천 0.5㎝, 제주 한라산 삼각봉 4.3㎝, 남벽 3.6㎝ 등으로 집계됐다.
기온도 급격히 떨어졌다. 체감온도는 최저 영하권에까지 추락했다. 기상청은 이번 꽃샘추위가 수요일까지 이어진 뒤 낮부터 점차 풀릴 것으로 예보했다.
15일까지 비나 눈이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시야가 흐려지고 도로가 미끄러운 곳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평년보다 쌀쌀한 날씨는 16일 아침까지 이어진 뒤 서서히 봄날씨로 회복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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