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檢의 진짜 승부는 탄핵 선고 이후에[이승환의 로키]

비상계엄 내란죄 여부는 헌재 아닌 형사 재판에서 다툴 문제
24일 2차 공판 준비기일…'尹 불출석'는 '재판 무효' 메시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1.3.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1.3.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편집자주 ...영문자 로키(low key)는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솔직하되 감정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을 때' 쓰인다고 합니다. 솔직하되 절제된 글을 쓰겠습니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김재규는 1979년 12월 18일 계엄군법회의 최후진술에서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고 말했다.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그는 50여일 전인 10월 26일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했다. 그의 혐의는 두 가지였다. '내란 목적 살인과 내란수괴 미수 혐의'.

김재규는 16일 만에 마무리된 1심 재판에서 10·26 사건은 '민주화 혁명'임을 강조했다. 형사 재판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진술은 내란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내란이란 무엇인가. 형법 제87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을 의미한다.

법원은 지난 2월 19일 김재규의 내란죄 사건에 재심을 결정했다. 1980년 5월 그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45년, 유족이 '내란목적살인죄는 무죄'라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한 지 5년 만이다. 김재규를 대상으로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를 했던 수사의 위법성이 법원의 재심 결정 배경이었다.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됐지만 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확정 판결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 사유가 된다." (서울고법 형사7부, 재심 결정 설명 주요 대목)

김재규 재심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가 결정되면서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7일 구속기간 산정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모호를 이유로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음(예를 들어 최근 김재규 사건의 재심결정 등)"

법조계에서는 '맥락과 행간'에 주목하고 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굳이 가로 안에 '김재규 사건의 재심 결정'을 적어 놓은 데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공소 유지를 허투루 하지 말고 완벽을 기하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대통령 시해가 명백한 김재규도 내란 혐의 사건과 관련해 재심을 받게 됐다. 형사 재판에서 내란죄 입증이 어렵고 상급심 파기 가능성이 있는 데다 훗날 재심 사유가 될 수 있으니, 검찰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대검 검사장급 간부)

법은 '1+1 = 2' 식의 수학 계산법처럼 정답이 있는 분야가 아니다.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이다. 국정 최고 운영자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행위를 형벌하려면 검찰은 '해석의 영역'인 형법의 테두리에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었는지 진술과 증거를 앞세워 입증해야 한다. 당연히 윤 대통령 측은 그 진술과 증거의 부적합성과 위법성을 강조하며 법리 전쟁에 나설 것이다.

검찰은 계엄 닷새 만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 체포해 주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정점'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기소하고자 밑에서 위로 엮어 올라가는 수사와 법리 적용을 해왔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검찰 기소와 공수처 수사 모두 무효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오는 24일 형사재판 2차 공판준비기일에 불출석한다. '재판 자체가 무효'라는 메시지로 검찰과 법원을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르면 이번 주 후반 진행되는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공판에선 비상계엄이 중대한 위헌·위법에 해당하는지를 가린다. 비상계엄의 내란죄 여부는 헌재가 아닌 형사 재판 법원에서 판단한다. 탄핵심판 선고 이후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형사 재판에서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과 검찰의 진짜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mrlee@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