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의혹의 본류를 파헤치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보궐선거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에서 발원한 오 시장 의혹 수사가 오 시장 소환조사를 거쳐 김건희 여사까지 겨눌지 관심이 쏠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검찰이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압박한 가운데 직무에 복귀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도 수사결과에 책임지겠다고 밝혀 모든 이목이 검찰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창수 지검장 복귀와 특검법 거부권 행사 이전부터 오 시장의 재·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오 시장 의혹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가 오 시장 관련 미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진행했고, 오 시장의 후원자 사업가 김한정 씨가 여론조사 비용 3300만 원을 대납했다는 내용이다.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달 17일 사건을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하고 수사력을 오 시장 의혹에 집중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26일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 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다음 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지난 14일 김 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씨의 두 번째 조사에 앞서 검찰은 오 시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박찬구 정무특보,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잇달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검찰은 지난달 말부터 총 5회에 걸쳐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명 씨를 불러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의 대질 조사도 이뤄졌다.
명 씨 의혹을 폭로한 김 전 의원 보좌관 출신 강혜경 씨도 창원과 서울에서 총 두 번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명 씨는 오 시장, 김 씨와의 '3자 회동'을 포함해 7차례 정도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시장의 부탁을 받아 유리한 여론조사를 설계했고 응답자 개인정보가 담긴 원본 데이터(Raw Data)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또 명 씨 측은 검찰에 오 시장 등을 만난 장소와 시간, 동석자를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도 했다.
강 씨는 김 씨에게서 개인 계좌로 총 5회에 걸쳐 3300만 원을 받았다는 기록을 공개하며 해당 비용은 명 씨 가족 생활비나 미래한국연구소 운영자금으로 썼다고 밝혔다.
또 강 씨가 언론에 공개한 김 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에는, 오 시장이 김 전 의원과 명 씨를 만난 후 오 시장이 김 씨에게 명 씨를 만나 보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오 시장 측은 두 차례 명 씨를 만난 뒤 끊어냈다고 반박했다. 3자 회동을 포함한 7차례 만난 사실이 없고, 여론조사 결과도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강 전 부시장은 13번의 비공개 여론조사, 7번 만남, 김한정 씨와의 3자 회동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부시장은 다량의 여론조사 자료를 들고 검찰 조사에 출석하며 명 씨가 진행한 여론조사는 당시 선거에 필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명태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앞서 헌재의 지적과 최상목 대행의 촉구로 인해 이번 수사에 검찰의 신뢰회복과 함께 명운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상목 대행은 지난 14일 명태균 특검법 재의를 요구하며 "검찰은 명태균 관련 수사 상황에 대한 적지 않은 국민들의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번 수사에 검찰의 명운을 걸고 어떠한 성역도 없이 관련 의혹들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혀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는 최근 추락한 검찰 신뢰도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탄핵 심판 관련 기관별 신뢰 여부'를 물은 결과 검찰은 응답자 26%만 신뢰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영장 시비 및 수사권 논란에 휩싸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보다 3%p 뒤처진 성적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이 지검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며 검찰의 수사에 의문점을 나타냈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를 불기소한 과정에 대해 "김 여사의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 여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컴퓨터 기록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에도 이를 위해 적절히 수사했거나 지휘·감독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록 이 검사장 등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탄핵할 수 없지만 김 여사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췄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이창수 지검장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 당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근하며 명태균 수사와 관련해 "어떤 사건이든지 모든 최종 결정은 검사장인 제가 책임진단 자세로 성실하게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건희 여사 수사와 관련해 부당 편의 제공 의혹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다 돌아온 상황에 또다시 대통령 부부의 이름이 언급되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수사팀의 지휘부로서 향후 수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특검법 재의 요구나 정국 상황과 관계없이 계획에 맞춰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