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최장기간 숙의를 기록하며 선고일 지정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헌재가 탄핵 사건 중 윤 대통령의 사건을 최우선 선고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최재해 감사원장 등 사건을 먼저 선고하기로 결정하면서, 남아 있는 다른 사건들이 먼저 선고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최 원장에 대한 탄핵 사건 및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에 대한 탄핵 사건의 선고를 진행한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 일정은 다음 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심판 선고일은 헌법재판관들이 평의를 통해 결정한다. 어떤 사건을 먼저 선고할지는 재판부의 재량이다. 사건의 접수순서나 변론 종결일과는 무관하다.
현재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 심판 사건은 최 원장(2024헌나2), 검사 3명(2024헌나3~5), 박성재 법무부 장관(2024헌나6), 조지호 경찰청장(2024헌나7), 윤 대통령(2024헌나8), 한덕수 국무총리(2024헌나9) 등 총 8건이다.
박 장관과 조 청장의 사건은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며, 윤 대통령의 사건은 지난달 25일, 한 총리의 사건은 지난달 19일 변론이 종결됐다.
헌재가 윤 대통령이 아닌 최 원장 등의 선고를 13일 진행하겠다고 공지하자, 윤 대통령 사건보다 빨리 변론이 종결된 한 총리의 사건도 먼저 선고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총리는 변론 절차에서 "하루빨리 불합리한 혐의를 벗고 소임을 다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 역시 한 총리 사건 등 먼저 종결된 사건을 우선 선고해야 한다고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가 한 총리 탄핵 심판 선고를 먼저 할 경우 윤 대통령 사건 선고 전망과 연관 지어 불필요한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총리 탄핵 사건의 쟁점이 윤 대통령 사건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 총리 탄핵 사유에는 '비상계엄 선포 묵인·방조·공모'가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헌재가 윤 대통령의 사건과 한 총리 사건을 묶어서 같은 날 선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가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훈시규정이라 반드시 기한 내에 선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약 3개월이 걸렸지만,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심판은 8개월을 넘겨서야 결론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탄핵 심판의 경우 처리 기한을 대폭 줄이거나 일정한 기준을 갖고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통령과 내각에 대한 탄핵 심판은 국정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정치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경우도 12일 전에 파면 결정이 내려지면 4월 재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진다거나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5월 연휴와 겹쳐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14일 선고가 예상되는 등 정치 상황과 맞물린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다만 현실적으로 탄핵 심판 심리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힘들다는 평이다. 사건마다 법리적 쟁점과 복잡성이 다르고,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달리 법 적용이나 사실관계가 모호한 부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에서 심리하는 사건은 3심제로 불복 절차가 있지만, 헌재는 단심으로 사건이 종결되고 불복할 수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심리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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