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최종 변론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헌재에 접수한 지 73일 만이다.
윤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은 그간 △12·3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 및 절차 △국회 봉쇄·정치인 및 법조인 체포 지시 등의 위헌·위법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온 만큼 최종 변론에서도 사활을 건 법리 논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양측의 최종 변론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또한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직접 최후 의견 진술에 참여하는 만큼 윤 대통령의 언행 하나하나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헌재는 당일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헌재는 최종 변론에서 증거조사를 진행한 후 양측의 종합변론을 듣는다. 종합 변론 시간은 국회와 윤 대통령 측에 2시간씩 주어진다. 이후 국회 측 소추위원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최종 의견 진술이 진행된다.
양측은 지난 주말 사이 각각 회의를 갖고 최후 변론 전략을 가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측은 지난 18일 9차 변론 당시 정리한 주요 주장과 서면 증거를 바탕으로 비상계엄의 위헌성과 불법성을 재차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에 정한 요건과 절차에 맞지 않아 위헌·위법하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에 군을 투입해 기능 정지를 시도·침탈했으며, 위반 정도가 중대한 만큼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게 국회 측의 주장이다.
국회 측은 최종 변론서 격인 '최종 준비서면'을 이날 오후쯤 완성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변론기일에는 김이수·송두환· 이광범 변호사 등이 직접 나서 12·3 계엄의 위법·위헌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반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주말 내내 서울구치소에 있는 윤 대통령과 접견하며 최종 변론을 대비해 왔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일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줄탄핵'과 '입법독재'로 인해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하며, 아무런 피해 없이 단시간에 끝난 '경고·상징·평화'적 계엄이었던 만큼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 측은 최근 헌재에 간첩죄 관련 판결문을 추가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던 '반국가세력'과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입증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또 변론 초기부터 줄곧 주장했던 절차적 흠결 등에 대해서도 지적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측은 당사자가 부인하는 검찰 신문조서 등을 증거로 채택하는 등 헌재가 명문 규정을 위반해 위법·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헌재는 마지막 변론기일에 국회와 윤 대통령 측에 최후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헌재는 최후 진술에는 시간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수감 중에도 탄핵 심판 변론기일에 빠지지 않고 출석했던 만큼 최후 진술 역시 직접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엔 헌재에 출석하지 않아 대리인단이 최후 진술을 대독했다.
헌정사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직접 최후 의견 진술에 나서는 만큼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물론 복장과 표정, 손짓 하나까지에도 세간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말 내내 대리인단과 만나 진술 내용을 구상했던 윤 대통령은 약 40분 분량으로 최후 진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분량이 달라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최후 진술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과 적법성,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려 했던 데 대한 이유 등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은 물론, 여권의 단합과 탄핵 기각을 염두에 둔 국정 운영 방안 등 메시지까지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또 비상계엄 선포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측 소추위원으로 최후 의견 진술에 나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의 메시지도 관전 포인트다.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소추위원 자격으로 나섰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후 진술 도중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권 위원장은 "국민은 피 흘려 공산 세력의 침입을 막아냈고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했다. 국민은 공동체를 앞세웠고, 자유와 정의 수호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했다"는 구절을 읽던 중 갑자기 울먹였다. 이후 호흡을 가다듬고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진술을 마무리했다.
최종 변론이 얼마나 걸릴지도 눈길 가는 대목이다. 2004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은 한 차례 휴정시간 20분을 제외하고 총 3시간 12분이 걸렸다. 당시 헌재는 양쪽 대리인단에 최종의견을 밝힐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했지만 국회 측 김기춘 소추위원 등 5명은 2시간 가까이 발언을 이어 갔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이 항의하자 국회 측 한병채 변호사는 "헌재를 이렇게 '망가'(일본 만화)로 만들었으면 변론을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지금 역사적 재판이야"라고 말해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2017년 2월 27일 열렸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은 권 위원장 등 4명이 1시간 14분간 최후변론을 이어 갔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동흡 변호사를 비롯해 15명의 대리인이 차례로 나와 5시간여 동안 변론을 했다. 이로 인해 당시 재판은 한 차례의 휴정시간 20분을 제외하고도 총 6시간 17분이 걸렸다.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어, 최종 변론기일에는 헌재에 대한 경비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10차 변론기일 당시 헌재 인근에 배치된 경력은 총 34개 부대로 약 2200명이 투입됐다. 25일에도 비슷한 규모의 경력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간 윤 대통령의 변론기일 때마다 헌재 근처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일반 시민들은 신분증을 확인한 후 헌재에 출입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더해 양측 지지자들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경호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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