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임용 자격 5년이 최적"…법관 임용 자격 강화 재검토해야

"경력 5년, 법조 경험 충분…길어지면 임용 후 이해충돌 우려"
학계 "7년 이상 유인 크지 않아" vs "제도 도입 취지 살려야"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재판을 위한 바람직한 법관임용자격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4.7.2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재판을 위한 바람직한 법관임용자격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4.7.2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법조 경력 5년 이상의 법조인이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 안팎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사건과 이해충돌 우려가 적고 우수한 인재의 법원 유입을 유도해 재판 지연을 해소하고 법관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김승원 의원실 주최로 25일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법관임용자격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배용준 서울고법 판사는 "법조 경력 요구의 핵심은 법관 외의 법조 실무 경험을 얼마나 잘 구비하였는가에 있지, 법조 경력 기간이 길고 짧음에 있지 않다"며 이처럼 주장했다.

2011년 개정된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법관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인 경력은 5년 이상이지만 내년 1월부터 7년 이상, 2029년부터 10년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 "경력 5년, 법조 경험 충분…합의부 재판 현실 고려해야"

배 판사는 "법관 이외의 법조 실무 경험은 경력 5년 정도로 충분히 축적 가능하다"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늘어나는 판사 임용 자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조 경력이 10년 이상이 반드시 법관으로서의 적합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법조 경력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관계가 형성돼 법관 임용 후 이해관계 충돌 등 공정성 우려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 판사는 법조일원화 제도를 도입한 미국 등의 국가는 통상 1심을 단독재판으로 운영하지만, 합의부 심리 요구가 많은 국내 현실상 배석판사 근무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중범죄 형사사건, 고액의 민사사건, 국민의 관심사건 등의 합의부 재판을 위해선 설득력 있고 충실한 판결서를 작성할 배석판사가 필요하다"면서 "10년 이상 경력자에게 배석 역할을 기대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사 사건의 단독 재판에 변호사 61.3%가 반대했고, 형사 사건은 77.4%에 달했다. 이들은 "(판사가) 쟁점을 간과하거나 독단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기록과 법리 검토, 자료조사·정리, 판결문 작성까지 법관 홀로 수행하는 국내 현실에서 장기 경력자를 임용할 경우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법관의 1명당 사건 수는 354.82명으로 법조일원화 국가인 미국(189명.72명)의 1.87배에 달한다.

주요 국가 법관 1인당 재판 건수. 발표자료 중 일부 갈무리
주요 국가 법관 1인당 재판 건수. 발표자료 중 일부 갈무리

배 판사는 "판결문 작성 능력은 오랜 경험을 통해 키워질 수 있다"며 "배석판사 근무를 통해 판결문 작성 업무를 충분히 경험한 후에야 현재와 같은 효율성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격요건 완화로 법관 고령화와 성별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에 따르면 신임 법관의 평균연령은 2013년 29.7세에서 지난해 35.4세로 증가했다.

배 판사는 "법조 경력요건이 10년 이상으로 상향되면 법관 고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빠른 사회 변화 과정에서 파생되는 분쟁이나 범죄에 대한 이해, 판단이 차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내년부터 7년 이상만 법관 임용…대법원 제도 개선 추진

배 판사는 "법관 임용제도는 국가의 법체계, 재판제도, 법조 환경 등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면서 "(국내는) 미국식 법조일원화 제도를 도입했지만 환경이 다르고 제도 도입 이후에도 변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원 판사는 별도의 법조 경력 자견 요건이 없고, 주 법원은 51개 주 중 36개(71%)가 변호사 자격을 요구하지 않거나 5년 이하 법조 경력을 임용 자격으로 한다. 영국은 5~7년 경력을 요구하며 단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경력 요건을 완화해 법조일원화가 후퇴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최소' 경력을 갖추는 것이며 경력이 높은 법조인도 법관으로 적극 임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변호사가 법관이 돼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후관예우' 우려는 임용 경력 자격을 줄여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경험과 연륜을 갖춘 법관을 선발해 양질의 재판을 보장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된 '법조일원화' 제도의 일환이다. 그러나 국내 사법 체계에 맞지 않아 법관 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판사가 고령화하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지적에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도 최근 "법관 임용 자격을 5년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해 대법원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재판을 위한 바람직한 법관임용자격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대법원 제공)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재판을 위한 바람직한 법관임용자격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대법원 제공)

◇ "법관 지원 경력 5년이 최적"…"사회적 합의 무위 주장" 비판도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도 배 판사 제안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다수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은 "법관의 처우를 높이고 법조 경력요건을 단축하는 두 가지 방안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며 "법관에게 충분한 보수를 주고 법조일원화 제도의 이점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법조 경력이 짧은 법조인을 임용하는 경우 재판연구원, 법률구조공단 파견, 공공기관 법무부서 파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배석판사 직을 맡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년, 10년으로 강화하는 것이 사법 체계, 국제 동향, 국민 요구, 경력 법관 임용 현실에 비춰 타당한지 돌이켜 봐야 할 때"라며 "재판 제도의 획기적 변화 없이 10년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5년 경력은 법관 지원을 결심하기 최적의 시기"라며 "일반적으로 경력직 이직 시기"라고 덧붙였다.

반면 "7년 경력부터는 대형 로펌 변호사의 경우 유학을 목전에 두거나 파트너로 승진할 타이밍"이라며 "로펌에서 파트너급 변호사가 되거나 개업해 클라이언트와 업무영역을 확보한 10년 경력 법조인이 경력과 수입을 포기하고 법관을 지원할 유인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영강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은 '10년 이상'과 '5년 이상' 법조 경력자 임용의 이원적 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5년 이상 경력자에 대해 "시험보다는 면접 비중을 늘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변호사를 선발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고 4년 이상 배석판사 업무를 수행해 10년 이상을 요건으로 한 입법취지에 부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경력자를 두고는 "단독재판장 보임을 목표로 한 임용 절차로서 무시험 전형을 기본으로 하되 변호사로서 업적과 경륜을 평가할 정밀한 기준을 마련해 선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법조 경력자를 10년 이상으로 제정한 당초 법 개정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는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를 출범하면서 최소 10년 경력을 가진 변호사 자격자들 가운데 판사를 임용하자던 2011년의 사회적 합의를 무위로 돌리자는 주장으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누가 판사가 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어떻게 판사로 뽑아야 낮은 사법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10년을 해보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아직 7년 경력도 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7년, 10년 이행 약속을 지키면서도 법조일원화, 경력 다양성 완화, 전관예우 완화, 법관 서열화 문제 등을 막을 수 있다"며 "국회도 법원도 (현행법을) 지키겠다는 전제 위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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