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비수도권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등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업의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위축된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직접 매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도세 완화·취득세 감면 같은 세제 혜택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담은 종합 패키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수 수요를 자극할 강력한 유인책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시공사를 옥죄던 책임준공 확약이 개선된다는 점은 희소식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2.19 대책에는 책임 준공의 연장 사유를 확대하는 등 밑그림 정도만 담겼다. 실효성 있는 구체적인 최종 방안이 빨리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2월 발표한 지역 건설경기 보완 방안(2·19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책의 핵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 아파트 3000호를 직접 매입하는 것이다. LH가 지방 미분양 물량의 직접 매입에 나서는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의 주택 매수 수요를 자극할 각종 세제·금융 혜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분양이 심각했던 2013년 정부가 발표한 5년간 양도 소득세 면제, 취득세 감면 등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는 정치권이 요구했던 DSR 규제의 한시적 완화도 빠졌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건설 경기 불황 문제를 해결할 (정부 차원) 컨트롤타워가 없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 고민, 금융위원회는 가계 부채 고민을 하는 등 부처별 입장이 다르다 보니 이번에 여러 중요한 대안들이 빠졌다"며 "5년간 양도세 완화, 한시적 취득세 면제, 저금리 대출, DSR 완화를 담은 종합 패키지를 만들어 (미분양 문제를) 단기간에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 있는 실수요자도 서울에서 똘똘한 한 채를 사려고 하기에 지방 아파트를 살 때 받는 혜택이 강력해야 한다"며 "강남 아파트가 두 채 있는 사람도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살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부가 지방 미분양 아파트 7만호 중 3000호를 사줘도 전반적인 건설 경기는 활성화되지 않는다"며 "5년간 세제 감면 혜택 등이 훨씬 나은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를 살리기 위해 미분양 주택 매입과 수요자를 직접 지원하는 세제 완화 대책이 병행돼야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토연구원이 2023년 발간한 '미분양 주택 변동 원인과 대응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과 2010년 당시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이 적용된 점이 미분양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당시 연구원은 미분양 주택 해소는 공급자 지원과 수요자 지원 정책이 복합적으로 적용될 때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분양 아파트뿐만 아니라 적체된 일반 주택 물량의 공급을 위해 전반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다주택자에게 징벌의 의미로 매긴 세금을 완화하거나 폐지하자는 것이다.
고준석 교수는 "정부는 다주택자 취득세 인하 등 세법 개정을 통해 시장을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며 "다주택자도 지방 아파트를 사면 기존 주택과 분리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소장은 "집 1채가 30억 원인 경우가 있는데도, 1주택자를 향한 혜택이 너무 많다"며 "차라리 가격으로 규제해야 하고, 집을 10채 가져도 가격이 낮다면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대책에서 중소 건설사들을 옥죄어온 '책임 준공 확약'이 개선된다는 점은 희소식으로 들린다.
'책임 준공'은 PF 대출을 받을 때 신용이 약한 시행사를 대신해 시공사가 기한 안에 준공할 것으로 보증하는 제도다. 시공사가 준공 기한을 단 하루만 어겨도 시행사의 PF 채무 전액을 떠안아야 해, 건설사를 옥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에만 인정하던 책임준공 기한 연장 사유를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나 전염병,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확대하고, 태풍·홍수·지진 등 자연재해는 기상청 기준을 준용해 공사 기한을 늘리도록 했다.
책임준공 기간이 지나면 시공사가 즉시 채무 100%를 인수해야 했던 관행 대신 기한 도과에 따라 배상 범위를 단계적으로 나눴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초안으로, 정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이달 중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를 낮추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며 "업계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최종안이 조속히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책임 준공 확약이 완화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PF 보증 지원 확대와 책임 준공 확약 완화는 건설사에는 긍정적인 정책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시행사의 부도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책임 준공제의 가장 큰 문제는 시행사가 망해 시공사가 돈을 못 받는 상황에도 끝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또 "원래 건설업은 업황 변동이 있고, 변동이 있을 때마다 우량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다"며 "공공의 지나친 개입은 시장을 왜곡할 수 있고, 시장과 업계에 맡기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woobi123@news1.kr
편집자주 ...국내 내수 경기를 떠받치던 건설업체들이 벼랑끝에 서 있다.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용은 급증한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증가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급증 등 업계의 줄도산 우려가 커졌다. 이런 현상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벼랑끝에 몰린 건설업을 진단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