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동인데 아파트 이름은 '목동'…영어 범벅 '팻네임'도 손질

서울시, 아파트 명칭 개선 가이드라인…9개 건설사 동참
법정동·행정동 준수하고 외국어 자제…최대 10자 내외로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 63아트 유리창 너머로 도심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3.12.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 63아트 유리창 너머로 도심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3.12.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서울시와 대형 건설사가 길고 생소한 외래어 일색의 아파트 명칭을 부르기 쉬운 한글로 개선하기로 뜻을 모았다.

앞으로 법정동은 '신정동'인데도 아파트 이름에 '목동'을 넣거나 아파트 브랜드 앞뒤에 파크, 리버, 퍼스트, 에듀 등 펫네임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자제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21일 오전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 명칭 개선 토론회'를 열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어려운 외국어 등 사용을 자제하고 △법정동·행정동 준수 △팻네임 자제 △최대 10자 내외의 글자 수 준수 등 내용이 마련됐다.

전국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전남 나주에 있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로 25자에 달한다. 서울에서 제일 긴 아파트 이름은 '항동중흥에스클래스베르데카운티' 15자로 아파트 이름이 갈수록 복잡하고 뜻도 모를 외래어가 남발되고 있다.

이에 시는 지난 1년간 3차례 토론회를 거쳐 이런 내용의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 현대건설(000720), 현대엔지니어링(064540), 지에스건설(006360),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대우건설(047040), 두산건설(011160), 롯데건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동참 선언문에 서명했다.

21일 서울 서소문청사 후생동에서 열린 '공동주택 명칭 개선 토론회'에서 서울시와 건설사 관계자들이 동참 선언문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1일 서울 서소문청사 후생동에서 열린 '공동주택 명칭 개선 토론회'에서 서울시와 건설사 관계자들이 동참 선언문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은 아파트 이름에 '팻네임'이 붙기 시작하면서 길어지고, 어려워졌다고 공감했다.

신민규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장은 "지명을 왜곡하는 것은 시장을 기만하는 행위이고, 자기 동네도 아닌데 옆 동네 이름 사용하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라며 "글자 수를 10자 내외로 준수해달라는 부분도 공감하고, 마련된 가이드라인을 다 준수하긴 어렵겠지만 취지에 공감하면 충분히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창우 현대엔지니어링 책임은 "아파트 브랜드명은 '힐스테이트', '래미안' 등 고유명사인데 팻네임이 문제"라며 "이름이 길고 멋있다고 좋은 아파트가 되는 것이 아닌데 길어지고 이상해지면서 변질된다.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인식의 변화를 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대 GS건설 마케팅 담당 관계자도 "아파트 이름이 길어진 이유는 한 지역에 3~4개 단지가 생기는데 1·2차 등으로 구분 짓기는 싫으니 팻네임을 넣기 시작하면서"라며 "강북권에서는 조합원들이 동네 이름 넣기를 싫어하고, 반드시 배제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국민적인 여론 형성돼야 아파트 명칭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경훈 용답동구역 재개발조합장은 "최근 '청계리버뷰자이'라는 이름으로 분양을 했는데 '청리자'로 줄여 부르고 있다. 행정동에 국한하면 예를 들어 '청계리버뷰자이'를 '용답리버뷰자이'로 해야 하는데 어감이 다르다. 청계천 주변에 살면 좋다는 인식을 무시할 수 없다"며 "지역명은 행정동에 국한하지 말고 청계, 몽촌토성 등 인근의 명소를 연상할 수 있는 이름은 붙일 수 있도록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현경 한양사이버대학교 마케팅학 교수는 "건설사, 입주민이 가장 큰 자산인 아파트의 가치를 더 높이고 차별화하기 위해 자꾸 팻네임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이름이 길어지고 난해해졌다"며 "아파트 가치는 이름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건설사가 얼마나 좋게 만들고, 주민들이 환경을 어떻게 잘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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