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동맹, 미일 하부에 韓 편입 경계해야 [한중일 글로벌 삼국지]

한미일 군사협력 불가피하지만 동맹은 다른 차원

본문 이미지 - 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전 한중일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전 한중일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서울=뉴스1) 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 = 1971년 10월 헨리 키신저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를 만났다. '키신저-저우 회담'은 절반 이상 한반도 문제에 집중됐다. 저우는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주둔할 가능성, △주한 미군 철수 이전 한국군의 북진 가능성, △북한의 국제법적 지위 등 '3가지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다.

키신저는 △주한미군 철수 여부와 관계없이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거나, △주한미군 철수 전 한국군이 북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북한이 국제법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키신저와 저우는 △한반도 현상유지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소련, 일본의 개입을 막는 것이 미중 양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키신저는 주요 이해당사국 중 하나인 한국의 어깨 너머로 저우언라이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상을 끝냈다.

'키신저-저우 합의'는 1972년 리차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 1979년 미중 수교로 이어졌다. 미중 양국의 화해와 협력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개입 후유증 등과 맞물려 1991년 소련을 붕괴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미국에 이끌려 '죽(竹)의 장막'을 걷어냈던 중국은 소련 붕괴 후 불과 20여년 만에 미국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2010년대 이후 미 정부 외교안보·통상정책의 최우선 대상과 목표는 첫째도 중국, 둘째도 중국, 셋째도 중국이다. 트럼프 2기 정부 대외정책의 핵심 목표 역시 경제와 군사,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을 저지하고, 궤멸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미중 전략적 경쟁의 최전선은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터와 그것을 가동시키는 반도체다.

197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에조차 밀리던 한국은 중공업화가 진전되고,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 분야도 발전해 산업 완결성을 갖추게 됐다. 한국은 공작기계,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부터 함정, 자주포, 장갑차, 전투기 등 중무기까지 독자 생산할 수 있게 됐으며, 첨단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강력한 군대도 보유하게 됐다. 귀환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 강화와 연관 지어 언급할 정도로 한국의 함정 건조 능력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한층 더 격화됨에 따라 미국을 동맹국으로, 중국을 가까운 이웃으로 둔 한국은 생존과 번영, 숙업(宿業)인 국토완정(國土完整)을 위해서라도 정확하고 유연한 전략적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교수는 "한국은 존재감이 커져 더 이상 다른 나라 뒤에 숨을 수 있는 소국이 아니며, 스스로 우방을 만들고 동맹을 구축함으로써 세계 정세를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나라가 됐다"라고 말했다.

우리 외교안보 전문가 일부는 외교안보도 국가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고, 우리 외교는 '친미반중'(親美反中)이라는 외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중·러가 상호군사협력을 강화,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이들의 위협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물론 한미일 군사협력에서 나아가 한미일 군사동맹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듯이 일본 자위대의 한국 주둔도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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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트럼프 2기 정부 주요 인사들이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른 북한은 러시아 등의 지원도 받아 대륙간탄도탄(ICBM)을 포함한 다양한 사거리, 다양한 발사 방식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핵능력 고도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중국 역시 현재 600기인 핵탄두를 오는 2030년 1000기, 2035년 1500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은 불가피하다. 다만, 일본 자위대의 한국 주둔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미중 수교의 초석이 된 1971년 키신저-저우언라이 합의와 배치되는 것이며, 1592년 임진왜란이나 1894년 청일전쟁, 1950년 한국전쟁과 같이 다시 한번 한반도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간 전쟁터로 만들 수 있는 민족사적으로 중차대한 문제다. 한미일 군사동맹은 한국이 미일동맹의 하부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국제조직의 하부체제에 편입된 나라치고 외교안보, 산업, 방산 등의 측면에서 잘 된 나라가 거의 없다.

산업과 방산 등 측면에서 완결성을 갖고 있는 한국이 미일동맹의 하부체제에 편입될 경우 산업은 물론, 국방 분야에서조차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일본은 여전히 첨단기술을 갖고 있지만, 1985년 '플라자 합의' 후 산업이 공동화되면서 산업 완결성이 약화돼 첨단 무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미일동맹의 하부체제에 편입되는 것만은 경계해야 한다. 더욱이 한미일 군사 협력이나 동맹에 대한 트럼프 2기 정부의 생각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하지만, 미국에 국가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 덴 하루츠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한국 같은 지정학적 상황의 나라가 국가안보를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스스로의 안보 철학과 개념, 전략·전술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한비자는 '다른 나라와의 동맹에만 의존하고, 이웃의 적을 가볍게 생각하면 나라가 망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미국의 재정적, 군사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최대한 확대해 주는 한편,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분단된 한반도는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일본과 마주하고 있다. 동맹국 미국은 중국과 가장 가까운 한국 영토 내에 2만 8500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서도 확인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흥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다. 통상국가 한국은 후손들에게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한미동맹을 기초로 이웃 중국, 일본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잘 다독이는 한편, 동남아와 인도, 중동, 중동유럽 등으로의 진출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말래카 해협→남중국해→타이완 해협(바시 해협)→동중국해→남해로 이어지는 생명선인 해로(Sea Lane) 안전도 지켜야 한다. 한국이 근린 강대국 중국 및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미래의 국력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들인 AI와 첨단반도체,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터 등 분야에서 적어도 '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지위는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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