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도 피했던 軍병원…외상센터 필두 '국내 최고 수준' 성장

전공의 근무지 이탈 이후 군병원 응급실에 민간인 발길 이어져
이국종·문기호 등 권위자들도 포진…"군 장병·국민 생명 수호"

20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으로 응급차량이 들어오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20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으로 응급차량이 들어오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전공의들의 근무지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군병원 응급실이 민간에 개방되면서 이곳을 찾는 민간인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군병원은 과거 '군인들도 피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이제는 국군수도병원·국군외상센터를 필두로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5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전날 낮 12시까지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받은 민간인은 총 32명이다. 이들 중 21명은 예비역이나 군인가족이 아닌 일반 국민으로 확인됐다.

군병원을 이용한 민간인이 늘어난 건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대거 근무지를 이탈한 영향도 있지만, 군병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영향도 있어 보인다.

군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군병원에 가면 없던 병도 생겨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병들도 어떻게든 민간에서 진료받기를 원했었다"라며 "그러나 군병원은 체질 개선을 거듭해 이제는 어느 정도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국군양주병원에서 의무사령관 및 의무사 예하 군 병원장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군병원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군 당국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하는 의료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군 의료체계를 민간에 개방했다. (국방부 제공) 2024.2.21/뉴스1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국군양주병원에서 의무사령관 및 의무사 예하 군 병원장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군병원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군 당국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하는 의료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군 의료체계를 민간에 개방했다. (국방부 제공) 2024.2.21/뉴스1

우리 군은 전체 의무인력 규모에는 크게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선택과 집중'에 따라 군병원의 기능을 조정하고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군병원 역량을 강화해 왔다.

국군의무사령부 예하 군병원은 총 12개로, 국군수도병원·양주병원·대전병원은 수술집중병원으로, 국군구리병원은 정신건강특성화병원으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군병원은 지역 내 군단 지원을 기본 임무로 수행한다.

우리 군 의료체계 최상급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군수도병원은 30여개의 진료과와 최신 진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병원은 군의관 지도를 위해 대학교수급 민간 의사도 채용해 민간 대학병원에 밀리지 않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22년 4월 개소한 전군 유일의 외상센터인 국군수도병원 국군외상센터는 총상과 폭발상 같은 특수외상 분야에서 국내 최고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군외상센터는 총면적 1만1169㎡(3300여평) 규모로 외상소생실과 외상 전용 수술실, 1인 중환자실을 비롯해 국내 수준급의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국군외상센터는 전·후방 각지에서 작전·훈련 중 부상당한 군 장병들뿐 아니라 센터가 위치한 경기 동부권역 민간인 응급환자 진료도 지원한다. 또한 동맹국인 주한미군 외상환자 진료를 통해 한미 연합 의무 지원태세 발전에도 힘이 되고 있다.

심각한 외상으로 민간 병원에서 절단을 예상했던 응급외상환자의 수술을 기적적으로 성공시킨 사례도 있다. 2022년 10월 전방 부대에서 지뢰 폭발 사고로 발목을 절단할 뻔한 표정호 병장의 수술을 집도해 보행과 임무수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시킨 문기호 중령이 그 주인공이다.

해군포항병원 의료진들이 20일 오후 민간인 진료에 대비해 의료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해군포항병원 의료진들이 20일 오후 민간인 진료에 대비해 의료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국군외상센터는 응급 외상환자 발생 시의무사 의료종합상황센터와 연계해 현장 응급처치부터 의무후송 전용헬기를 활용한 후송과 치료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응급환자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해 1월 국군외상센터의 대국민 진료가 확대된 이후에는 각종 대형 사건 때마다 센터가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국군외상센터의 외상환자 치료 사례는 2022년 100건에서 지난해 230여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약 40%는 민간인 환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사례로는 △설 연휴 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4중 추돌사고 환자 후송 및 치료 △성남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사고 당시 부상환자 치료 △서현역 흉기 난동 사고 시 발생한 외상환자에 대한 신속한 응급수술 △성남 모란시장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고로 하지 절단 위기에 놓인 환자에 대한 수술 및 회복 등이 있다.

우리 군의 또 다른 수술집중병원인 대전병원은 원장이 중증외상 분야 권위자인 이국종 교수다. 이 원장은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당시 삼호주얼리호 선장과 2017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뛰어넘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살려낸 인물이다.

우리 군은 군병원 기능조정 외에도 무자격 의무병을 전문자격을 가진 민간 의료인력(군무원)으로 대체하는 등 인력 전문성도 강화하고 있다. 군인을 의대에 위탁교육 보내 의사를 양성하는 정책도 계속 시행 중이다.

국군의무사령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군 장병과 국민의 생명을 수호하는 본연의 책임을 완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군 장병 의료지원태세의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에서 민간 응급환자 진료 지원 등 국민이 안심하고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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