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북러 군사거래' 경고… 12시간 뒤 독자제재 추가 단행

'김정은 방러 수행' 강순남 北국방상 등 개인 10명·기관 2곳
美·EU와도 일부 겹쳐… "우방국과 제재 공조" 행동화 나서

윤석열 대통령. 2023.9.21/뉴스1 ⓒ 로이터=뉴스1
윤석열 대통령. 2023.9.21/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우리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북러 간 무기거래 동향에 대해 강력 경고한지 불과 반나절 만에 독자 대북제재를 추가 발동했다.

정부가 이번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개인·기관 중엔 러시아 국적자나 기관은 포함돼 있지 않지만, 러시아에서 활동해온 북한 국적자는 포함돼 있단 점에서 차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21일 강순남 북한 국방상을 비롯한 북한 및 슬로바키아 국적자 10명, 그리고 슬로바키아와 말레이시아에 근거지를 둔 업체 2곳을 각각 독자 대북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다. 저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불법 금융거래, 그리고 러시아 등과의 무기거래에 관여했단 이유에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윤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WMD)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기술을 얻는다면 대한민국의 안보·평화를 직접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지 약 12시간 만에 단행된 것이다.

북러 양측은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소재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해 무기거래 및 군사기술 이전 등 상호 군사협력에 관한 사항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한국의 평화에 대한 직접적·실존적 위협일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 도전"이라며 유엔 회원국들을 상대로 "우리 모두가 굳게 연대해 힘을 모을 때, 원칙에 입각해 일관되게 행동할 때 어떤 불법적 도발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기거래'란 안보리 결의 위반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단합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 News1 DB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 News1 DB

우리 정부는 이미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작년 이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연이은 도발을 사실상 '묵인'하며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 자체를 봉쇄하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일본·유럽 등의 주요국과 함께 독자 대북제재를 연계·강화하는 방식으로 그 대응에 나서왔다.

일례로 러시아 등과의 무기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이날 우리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 대상에 추가된 인물·기관 중 김창혁·변원근 등 2명은 2018년 1월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랐고, 슬로바키아의 아쇼트 므크리티체프와 그가 운영하는 '베르소SRO' 또한 올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들 외에 강 국방상 등 7명과 북한군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소재 업체 '글로콤'은 모두 우리 정부가 처음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사례다. 여기엔 북한 제일신용은행 주블라디보스토크 대표부와 동성금강은행 주모스크바 대표부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강 국방상은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도 수행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이들 개인과 기업이 차후 다른 나라의 제재 대상 명단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정부의 이번 제재는 "우리 평화·안보에 위해를 가하고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엔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며 "윤 대통령 연설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재를 발표한 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문 센터장은 "동시에 이번 제재엔 유사입장국과 보조를 맞춰가며 북러가 앞으로 선을 더 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도 있다"이라며 "향후 다른 국가들도 합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독자제재 부과 여부도 검토 중이다.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협력 물증 확인될 경우 안보리 결의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미·일·EU 등 서방진영 또는 우리나라와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과 협력해 제재 공조를 할 수 있다"며 "독자제재도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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