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김경수·김동연 후보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지원 정책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유력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을 견제하기 위함인데 정작 이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김경수·김동연 후보 모두 대선 공약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현금성 지원 정책을 내걸고 있다.

김경수 후보는 국민 기본생활보장제도를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 중위소득 40% 수준의 삶은 영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제도의 핵심은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지속하면서도 근로 유인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중위소득 100% 미만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되 근로소득이 늘어날 수록 지원금은 줄어들지만 전체 소득은 오르도록 설계했다.
소득이 전혀 없다면 중위소득 40% 수준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고, 소득이 있다면 지원금에서 전체 소득의 40%를 차감한 금액을 지원받게 된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하자는 것으로 보편적 복지 제도인 이 후보의 '기본소득'과 차별화했다.
김 후보는 전날(21일) 기자회견에서 "산업화를 이끈 세대가 폐지 줍는 현실, 갑작스러운 위기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가족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이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중위소득 40%의 최저소득을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지사였던 이 후보의 후임 도지사인 김동연 후보는 '기회 소득'으로 'OO소득 경쟁'에 참전했다.
기회소득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특정 국민에게 공공이 보상을 하자는 개념으로, 김동연 후보가 경기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장애인이나 돌봄 종사자, 예술인, 체육인 등을 대상으로 현금성 지원을 하는 것으로 이 후보, 김경수 후보의 정책과 달리 한시적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김동연 후보는 기회소득에 대해 "그냥 주는 게 아니고 사회의 가치 창출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라며 "기본은 누구에게나 무차별하게 주는 거다. 어떻게 보면 포퓰리즘일 수 있다"고 이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김동연 후보 캠프 관계자는 "기회소득은 이미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정책이기 때문에 범위를 더 넓혀 국가 정책으로 실행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수·김동연 후보가 현금성 지원책으로 공세에 나섰지만 정작 이 후보는 자신의 대표적인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에는 모든 정책 공약이 '성장'에 방점을 찍은 만큼 분배 정책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해 경제성장률이 추락하는 지금 실행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반영됐다.
앞서 이 후보는 영남권 순회경선 직후 '기본소득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하지 않은 게 없어진 건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해 가기도 했다.
실제로 캠프에서도 기본소득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다. 이번 대선 공약에 기본소득이 포함되겠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타깃형 기본소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 캠프 핵심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지금은 성장과 회복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향후 정책으로 발표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진 구체적으로 정리해 놓은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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