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신당 창당 논란에 더해, 전광훈 전 목사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악재가 겹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표가 분열해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된다.
21일 여권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의 김계리 변호사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과 식사한 사진을 공개하며 "내 손으로 뽑은 나의 첫 대통령. 윤버지(윤+아버지). Be calm and strong(침착하고 강하게)"이라고 썼다.
'Be calm and strong'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 위기에 처하자 카카오톡 프로필에 써놨던 문구다.
사진엔 김 변호사와 함께 변호인단에 몸담았던 배의철 변호사도 있었다. 김·배 변호사는 최근 '윤 어게인(Yoon Again)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가 4시간 만에 윤 전 대통령의 만류에 이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8명은 절대로 당선 안 시킨다. 우리 존재를 보여줄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 9일 부정선거 척결과 반국가세력 척결을 완수하겠다는 내용의 출마 선언을 일찌감치 마친 상태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거대 정당은 서로 상충하는 목소리가 공존하는 모순성을 갖고 있다"며 "평소에는 이 모순이 잠복해 있다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을 계기로 크게 돌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주목받을 수록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이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정복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테고, 어떻게 최악의 정치 상황을 막아내느냐에 초점이 있는데,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을 붙들고 있는 모습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보내드리고 이재명을 퇴출해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이 지금 신당을 운운한다는 건 나는 코미디라고 본다"며 "윤 전 대통령과는 완전히 절연하고서 새로운 당의 모습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윤어게인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짧게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을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이 필요한 시점인데, 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 분열을 막기 위해 극우를 견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중도층을 흡수하는 계기로 삼아야 승산이 있다"며 "결국 대선 국면에서 이들로 인한 분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목사의 출마보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전 목사는 비즈니스맨이고 종교인이기 때문에 보수 분열까지는 아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신당을 만드는 데 혹시나 주도적으로 나선다면 보수표가 20%는 분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도 "계엄 때문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인데 계엄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일은 좋지 못하다"며 "국민 대부분이 비상계엄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점이 부각될수록 우리에겐 좋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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