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6·3 조기 대선을 43일 앞둔 2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본선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해 경선 바깥의 변수가 더 큰 주목을 받는 모양새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not yet)"며 노코멘트(No comment)"라고 답했다. 명확히 선을 긋지 않은 이 발언은 정치권에 사실상 출마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잦아들던 '한덕수 대망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같은 날 그는 서울 명성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에도 참석했다. 명성교회는 과거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201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최근 나경원 후보가 방문한 장소다. 총리실은 "원래 다니던 교회라 간간이 간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정치적 메시지로 읽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한 권한대행의 대외 활동 역시 활발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미국 CNN과의 영어 인터뷰 등 잇단 국제적 행보는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광주(15일), 울산(16일) 등 전국 현장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지지율 흐름도 심상치 않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보수층 지지율 17%로 1위를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10.6%로 보수 주자 중 선두를 차지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이 내달 4일 공직자 사퇴 시한에 맞춰 총리직에서 물러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를 두고 '기획된 차출론' 혹은 '윤심'(尹心·윤석열 전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시나리오'라는 해석도 잇따른다. 특히 '한덕수 대망론'을 주창해온 친윤계 박수영 의원이 김문수 캠프 정책총괄로 합류하면서 이러한 의구심은 더 짙어졌다.

경선 후보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한덕수가 아니라 김덕수 등 누구라도 이재명을 꺾는다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열린 입장을 보였다.
홍준표 후보 역시 "경선이 밋밋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니 우리로선 나쁜 게 아니다"라고 환영했다.
반면 나경원 후보는 "한 권한대행의 행보가 조금 아쉽다"며 "한마디로 당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경선 1차 토론회가 20일 막을 내렸지만, 이렇다 할 정책 비전이나 새로운 이슈는 부각되지 못했다. '죽음의 조'로 불린 B조 토론에선 '찬탄파' 한동훈 후보에 대한 집중 공세가 집중됐다.
토론회 흥행을 노리고 도입한 MBTI·밸런스 게임 등 예능적 요소도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홍 후보가 한 후보에게 "키높이 구두"나 "보정 속옷"을 언급하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
이처럼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과 경선 흥행 부진이 겹치면서,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한 권한대행이 대선 국면의 가장 강력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