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추대설'이 이어지면서 여권 내 잠룡들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행정부를 이끄는 만큼 출마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위해 한 권한대행의 출마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해 "제가 말씀드릴 의제는 아닌 것 같다"며 "한 권한대행께서 위기 상황의 정부를 대표해서 잘 이끌어주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체적 언급은 피했지만, 공정한 선거를 관리하고 대내외 위기를 극복해야 할 권한대행이 직을 버리고 '선수'로 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9일) '한덕수 차출론'에 대해 "시기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황교안 총리가 직무대행을 했는데 시간도 촉박하고 대선 관리도 해야 해 후보로 나오진 못했다"며 "한 총리도 같은 상황이다. 이번에 출마하기보다 제대로 경선이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역할이 맞을 것"이라고 견제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같은 날 TV조선 류병수의 강펀치에서 "지금 상황에서 무슨 윤 전 대통령 아바타로 비치는 인물이나 2인자였던 인물들이 나오면 중도·무당층에 통하겠나"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한 한 권한대행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이같은 견제에도 여권에서는 '한덕수 차출론'에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대선의 'ㄷ'자도 꺼내지 말라"며 대선 차출론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여권 내 출마 열풍 속 압도적 1위가 없다는 점도 한 권한대행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로 분석된다. 미국발 글로벌 통상 위기와 민생 경제 불안이 심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의 외교·경제 전문성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는 야권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차별화 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감지된다.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한 대행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할 것이다'는 응답이 56%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조사에서 '잘못 할 것이다'는 부정 인식은 37%였다. '잘할 것이다'는 응답은 보수층(80%)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52%로 과반을 기록해 외연확장 가능성도 보였다.
이에 한 권한대행의 합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전날 채널A '정치 시그널'에서 "한 총리(권한대행)는 국정 경험이 많다"며 후보감으로 손색없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출마하기 위해선 당내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은 이날 발표한 경선룰에서 한 권한대행 추대를 위한 특례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선 이번 주 중으로 출마를 결심하고 오는 14~15일 경선 후보로 등록해야 한다.
여권 일각에선 한 권한대행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향후 단독 후보로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한 권한대행에 대해 "당 경선 일정에 참여해 당의 후보가 되는 것"이라면서도 "당내 경선 이후 우리 당 후보가 단일화를 생각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24.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