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항소심 무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선례가 극히 드물었던 '파기자판'을 주창하고, 야당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늘리겠다는 위헌적 발상을 내놨다. 상대 당 사법리스크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야가 무리한 주장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5선 중진 의원인 김기현·나경원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자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기소부터 1·2심 재판을 거치며 30개월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사실심리가 이뤄졌다. 추가적인 증거조사가 필요 없으며 허위사실 공표인지 여부에 관한 법리적 오류만 시정하면 된다"고 했고, 나 의원은 "대법이 관행대로 파기환송으로 원심인 고법에 되돌려보낸다면 재판 기간이 더 지연될 것이다. 관행에 매몰된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앞선 27일에도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개별 판사의 편향된 성향이 결국 기괴한 법리를 억지 창조했다"며 "대법원은 이 사건처럼 증거가 충분한 때는 파기자판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파기자판은 이미 사안의 증거와 정황 대부분이 확보된 경우 대법원이 직접 잘못된 2심 판결을 정정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2심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내는 '파기환송'보다 적극적인 개념이다.
차기현 광주고등법원 판사가 지난해 법률신문에 투고한 바에 따르면 우리 대법원의 파기자판한 사건은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전체 파기 사건의 5.5%에 불과했다. 2023년 기준 대법원이 처리한 사건 중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비율은 2%(204건 중 4건)다.
기존 파기자판 사건(5.5%)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사건일 가능성이 더욱 낮은 점, 공직선거법 사건 중 파기'환송' 비율도 한자릿수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자판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률심을 담당하는 대법원은 양형에 대한 권한이 없어 파기자판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법에 해박한 율사 여당 의원들이 이같은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정치적 공세를 위해 사법부 불신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인용에 쐐기를 박기 위해 헌법재판관 임기 관련 법안을 발의하거나,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파면하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국민투표로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개헌이다"라며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능성이 가장 높고 효과적"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의원 주장 역시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국민투표 부의권자는 대통령이라 한덕수 권한대행이 맡게 되는데, 현재 극한 정쟁 상황에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채 임기가 종료된 헌법재판관들이 직무를 계속 이행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오는 4월 18일 끝나는 점을 고려한 법안이다.
개정안은 재판관 임기가 만료돼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직무를 이어가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도 자동으로 연장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8인 체제는 유지된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위헌성 논란이 상당하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 이보다 하위법인 법률로 이를 개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헌법연구위원 출신인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1에 "우리 헌법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딱 6년으로 못 박고 있다. 이걸 법률로 연장한다는 건 그 임기 조항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립적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재판관 2명의 임기를 연장하고 특정 사건을 계속 맡도록 하는 위인설법(爲人設法·특정 사람 때문에 법을 뜯어고친다는 의미)"이라며 "평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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