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예상보다 늦어지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에 갈길 바쁜 여권 잠룡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여권 주요 주자들은 대학 캠퍼스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고 역대 대통령 사건 중 최장 기간 심리를 이어가고 있다.
여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제외하고 여권 주요 주자들은 3월 새 학기 개강을 맞은 대학가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8일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의 경북대를 찾아 강연을 진행했다. 이어 전날(24일)엔 서울 중국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산학연포럼 강연도 진행했다.
특히 범여권 주요 주자들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대부분 참석해 본인들의 철학과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지난 17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19일 홍준표 대구시장, 24일 유승민 전 의원이 각각 강연을 진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27일 서울대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원외에서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유 전 의원은 지난 12일 연세대 강연을 시작으로 영남대, 인천대 등 대학가를 순회하며 적극적으로 강연 정치를 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지난 12일 경북대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여권 주자들이 야권 잠룡들에 비해 이른바 '강연 정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집권 여당으로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얽혀있기 때문이다. 강경 보수층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고 당 내부에서는 아직 '조기대선'이 금기어처럼 여긴기고 있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잠재적 유권자들과 소통할 기회를 얻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여권 잠룡들은 대학교 방문을 통해 일종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강연이라는 틀을 갖춰 조기 대선 행보라는 따가운 눈총을 덜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중도층이 많은 2030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여기에 강연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언론과 만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해 백블(백브리핑) 형식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인 셈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여권 주요 잠룡들의 행보에는 제한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대학교 강연, 북 콘서트, 토론회 등을 소통할 수 있는 기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최근 여권 내에서 윤 대통령 탄핵 재판에 대해 기각·각하까지 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에 여권 주자들이 어떻게 큰 목소리를 내고 본격 행보를 하겠냐"며 "강연과 언론 출연 등의 행보가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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